中 겨냥한 EU…2027년까지 400조 원 규모 인프라 투자

입력
2021.12.02 16:55
EU, '글로벌 게이트웨이' 전략 발표
디지털화·기후에너지·운송 등 영역에 집중 투자
"중·저소득국에 부채 떠안기는 中과 달라"

유럽연합(EU)이 세계 곳곳에 대형 사회기반시설(인프라)을 마련하는 프로젝트 ‘글로벌 게이트웨이’ 전략 계획을 공개했다. 대규모 인프라 지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를 추진 중인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이날 유럽의 공급망 강화, EU 무역 촉진, 기후변화 대응 지원 등을 위해 2027년까지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가의 인프라에 최대 3,000억 유로(약 400조9,500억 원)를 투자하는 ‘글로벌 게이트웨이’ 전략 계획을 발표했다. 집행위원회는 △디지털화 △기후ㆍ에너지 △운송 △보건 등의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교육 및 연구 투자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80억 유로의 보조금을 집행하고, 2,800억 유로는 회원국 정부와 금융기관, 민간 영역의 투자를 통해 조달할 방침이다.

유럽의 대규모 투자 계획은 2013년부터 중국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일대일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이날 “중ㆍ저소득국은 더 나은 제안과 진정한 대안이 필요하다”며 “높은 품질과 투명성, 신뢰할 수 있는 표준을 제공하고, 부채 문제를 겪지 않도록 공정하고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해당 국가에 인프라 투자 명목으로 거액 대출을 제공해 부채를 짊어지게 만드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EU 관리들은 중국의 자금 지원은 해당국에 불리하거나, 투명하지 않아 중ㆍ저소득국들이 부채를 통해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비판해왔다. EU집행위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중ㆍ저소득국을 지원해 EU 자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이익을 증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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