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를 안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창업자라면 더욱 그렇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고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 한국에서도 악명 높은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의 해임을 요구한 건 지난해 3월이다. 엘리엇은 도시가 트위터 경영에 소홀해 주가가 떨어졌다고 공격했다. 2006년 트위터를 공동 창업했지만 2009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업체 ‘스퀘어’를 세운 도시는 2015년 트위터 CEO로 복귀한 후에도 스퀘어 CEO를 겸임하며 애정을 쏟았다. 전쟁은 엘리엇 측 이사들을 앉히는 선에서 일단락된 듯 보였다. 그러나 결국 도시는 최근 트위터 CEO에서 물러났다.
□ 한때 해커였고 지금도 ‘모든 이의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그는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아는 부자다. 지난해 4월 코로나19가 확산되자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 규모의 스퀘어 주식을 흔쾌히 내놨다. 개인 총자산의 28%였다. 기부금은 취약계층을 돕는 비정부기구와 시민단체에 전달됐고 상세 내역도 공개됐다. 그는 소녀들의 건강과 교육 사업, 나아가 기본소득 실험도 돕고 있다.
□ 도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도 맞짱을 떴다. 트럼프가 지난해 5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이 숨진 데 항의하는 시위대를 ‘폭도’라 부르며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백인우월주의자의 문구를 트위터에 올리자 리트윗과 댓글을 차단했다. 세계 최고 권력자이자 트위터의 최대 고객에게도 그는 단호했다. 소셜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그는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 뒤로 숨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CEO와 대조를 이뤘다.
□ 도시는 트위터에 “창업자가 회사의 발전을 제약해선 안 된다”는 퇴임사를 올렸지만 핀테크 회사로 변신한 스퀘어와 가상화폐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란 분석도 나온다. 그는 스퀘어의 사명을 ‘블록’으로 바꿀 정도로 열렬한 비트코인 신봉자다. 비록 트위터를 떠났지만 그가 기부를 하면서 전한 트윗의 울림은 오래 남을 것이다. “왜 지금이냐고? 도움이 절박하니까. 인생은 너무 짧다. 사람들을 돕기 위해 우리가 오늘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바로 지금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