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가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던 모든 대회의 개최를 보류했다. 중국 고위 관리에게 성폭행당한 의혹을 제기한 테니스 선수 펑솨이(중국)의 행방이 묘연해진 데다 그의 안전에 대한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스티브 사이먼 WTA 투어 대표는 2일 입장문을 통해 "WTA 이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로 홍콩을 포함한 중국에서 열리는 모든 대회의 개최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펑솨이가 자유롭게 소통하지 못하고, 자신의 성폭행 의혹을 밝히는 것에 압력을 받는 곳에 우리 선수들이 가서 경기하도록 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35세인 펑솨이는 2013년 윔블던, 2014년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복식 우승자로 복식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선수다. 그는 장가오리(75) 중국 전 국무원 부총리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지난달 폭로한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폭로에 사용한 그의 소셜미디어 계정도 사라졌다.
이후 중국 관영매체들은 성폭행 의혹이 사실 무근이라는 취지의 보도와 함께 펑솨이의 최근 사진 등을 공개했다. 하지만 그의 안전에 대한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WTA 투어는 "중국이 이 문제를 적절한 방법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중국 대회의 개최 보류를 선언했다. 중국은 시즌 최종전인 WTA 파이널스를 비롯해 10개 안팎의 대회가 해마다 열린다. 중국 대회 개최 보류로 WTA는 최소한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WTA 투어의 결정에 미국테니스협회(USTA)는 "매우 용기 있는 리더십"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여자 테니스의 전설' 빌리 진 킹(78·미국)도 "인권을 수호하려는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여자 테니스가 여성 스포츠의 리더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라는 글을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렸다.
투어보다 낮은 등급의 서킷 대회 등의 개최도 보류될 가능성이 있다. 이들 대회를 관장하는 국제테니스연맹(ITF)의 헤더 볼러 대변인은 "WTA는 자신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꾸준한 모습을 보여왔다. 우리도 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펑솨이의 안전에 관한 증거를 중국에 요구하며 "최근 공개된 그의 모습으로는 펑솨이의 안전과 자유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