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가 앞으로 중국과 홍콩에서는 대회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여성 테니스 선수 펑솨이가 폭로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중국 당국이 신뢰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WTA 발표 직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펑솨이와의 두 번째 영상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1일(현지시간) 스티브 사이먼 WTA 의장은 성명을 통해 “WTA 이사회의 전폭적 지지로 홍콩을 포함, 중국에서 모든 WTA 대회 개최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펑솨이가 자유롭게 소통하지 못하고 성폭행 피해 주장을 부정하라는 압박을 받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양심상 우리 선수들에게 그곳에서 시합을 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른바 ‘펑솨이 의혹’에 대한 검열을 중단하고 펑솨이가 간섭이나 위협을 받지 않고 안전하게 있다는 걸 증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펑솨이 성폭행 사건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2013년 윔블던, 2014년 프랑스오픈 여자 복식에서 우승한 펑솨이는 중국의 간판 테니스 스타다. 지난달 초 소셜미디어를 통해 “과거 장가오리 전 국무원 부총리한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2주 넘게 행방이 묘연해져 국제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중국 정부가 펑솨이를 감금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펑솨이가 WTA에 보냈다는 ‘성폭행 피해 사실 부인’ 이메일과 사진, 영상 등을 공개하며 실종설을 반박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지난달 21일 펑솨이와 영상 통화를 하며 “안전을 확인했다”고 거들었다. WTA의 중국 대회 중단 선언 이후에도 IOC는 “펑솨이와 두 번째 영상 통화를 했고 다음달에는 직접 만나기로 했다”면서 재차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바흐 위원장이 애초 장 전 부총리와 친밀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