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 뿌리뽑겠다더니… 부실 공사 키운 나주시

입력
2021.12.08 14:56
가족센터 건축 공사 여파로
인접 상가 5층 건물 곳곳 균열  
"타일 떨어지고 빗물 샌다" 호소
市 육안 검사로 "건물 노후 탓 추정"  
공사 중지 요구 민원도 묵살


전남 나주시는 2019년 3월부터 한 달 간 관내 건축 공사현장 등을 대상으로 안전 관리 실태 등을 집중 점검했다. 전남도가 민간전문가 등으로 안전감찰반을 꾸리고 대형 공사장과 민원 발생 현장에 대해 안전감찰에 나서자 나주시도 자체 점검팀을 가동한 것이다. 당시 강인규 나주시장은 "건축 공사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기동 감찰을 강화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시민을 위한 안전한 생활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안전불감증을 뿌리뽑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그러나 2년여가 지난 지금, 강 시장의 다짐은 무색해졌다. 나주시 가족센터·공동주차장 건립 공사 현장 인근 상가 건물(지상 5층) 입주민들이 공사로 인한 외벽 균열과 건물 붕괴 우려 등을 호소하며 공사 중지를 요청했지만 나주시는 뒷짐만 지고 있어서다. 주민들 사이에선 "나주시가 시청 주변 주차난을 잡으려다가 애먼 주민들만 잡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8일 나주시 등에 따르면 나주시는 사업비 102억 원을 들여 송월동 나주시청 앞에 지상 4층 규모의 나주시 가족센터 및 공동주차장을 짓기로 하고 지난 8월부터 공사 중이다. 내년 5월 완공 예정인 이 센터는 1·2층엔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공동육아나눔터, 가족소통·교류 공간, 상담실, 교육실 등을 갖춘 복합시설이 들어선다. 또 3·4층은 차량 170대를 수용할 수 있는 공동주차장으로 조성된다.

하지만 발주처인 나주시와 시공사는 공사 현장과 맞닿아 있는 5층짜리 상가 건물 건축주 허락도 없이 건물 담장을 허물고 사유지까지 50㎝ 가량 침범해 터파기를 했다. 또 설계도에 일부 흙막이 설치를 누락하고 공사 소음이나 진동 방지 시설도 없이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상가 건물 1층 입구 등 벽면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 또 엘리베이터에선 작동할 때마다 '끽끽' 하는 마찰음이 발생해 건축주가 지난 9월 교체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체된 엘리베이터도 두 달도 안 돼 또다시 마찰음이 발생, 입주민과 이용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 건물 5층 살림집 상황은 더 심각하다. 현관 입구와 벽이 갈라지면서 빗물이 스며들고 주방과 화장실 내부 벽면에 설치된 타일은 폭격을 맞은 듯 떨어져 나간 상태다. 주인 정모(62)씨는 "집안에 빗물이 들어오고, 밤에는 물건들이 떨어지는 등 불안해서 살 수가 없어서 모텔이나 광주 친구집에서 기거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참다못한 건물주가 건물 붕괴를 우려해 나주시에 공사 중지를 요청했지만 공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건물주는 "며칠 전 나주시청에 '공사 중지 요청' 민원 접수와 함께 시장 면담을 통해 즉각적인 조치를 약속 받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며 "공사비 절감과 준공일 단축 등으로 부실공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주시의 사후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나주시는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자 지난 4일 건물안전진단 전문기관인 H안전연구원에 안전진단을 의뢰했다. 그러나 이 연구원이 육안 조사만 실시한 뒤 '벽체 균열과 타일 탈락 등은 대부분 건물 노후화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공사의 터파기로 인한 성능 저하는 거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정씨는 "상가 건물에 나주 시민이 19개 업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시가 안전진단을 육안 조사만 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나주시는 시공사만 앞세우지 말고 입주민에게 사과에 나서야 한다"고 분개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민원인과 사전 상의를 통해 공사를 시작했으며, 피해 처리 및 보상 등을 논의 중"이라며 "터파기 공사를 마무리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어 공사를 재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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