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에 되새기는 세계인권선언

입력
2021.12.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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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은 '세계 장애인의 날'이다. 유엔이 정한 기념일로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많고 많은 여러 기념일 중 하나일 것이지만, 그래도 이날만큼은 우리 주변의 조금은 특별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여보면 어떨까. '세계 장애인의 날'은 유엔이 장애인의 재활과 복지를 점검하고, 장애에 대한 이해를 촉진하여 장애인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자 지정한 날이다. 그리고 올해는 유엔이 장애인의 참여와 평등을 주제로 1981년을 '세계 장애인의 해'로 선포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장애(disability)란,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able' 하던 것이 'dis-able' 해진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날 때부터 장애를 지닌 채 태어나기도 한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라는 세계인권선언 1조를 그 의미를 새기며 소리 내어 읽어보자. 여자든 남자든, 인종과 피부색, 성 정체성, 종교, 출신 지역과 문화를 떠나 우리는 모두 존엄한 존재이며, 차별 없이 자유를 누릴 권리와 평등하게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장애인의 날'은 이 인권선언의 토대 위에 장애가 있든 없든 우리는 모두 고귀한 존재들이라는 인식을 일깨운다.

오늘날 만혼(晩婚)의 영향으로 출산연령이 높아져서인지, 각종 환경 유해 물질의 영향인지, 아니면 현대사회가 주는 정신적 스트레스 탓인지, 출생 후 발달장애 진단을 받는 영유아의 수도 적지 않고, 건강하게 태어났더라도 가족 문제 혹은 또래 문제로 인해 정서 및 행동장애 진단을 받게 되는 아동과 청소년의 수도 적지 않다. 또 각종 정신장애 및 신체적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성인의 수도 그 어느 때보다 많다. 평생 비장애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행운을 누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어느 날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인이 되기도 하고, 특별한 질병 없이 건강한 성인기를 보냈더라도 연로해지면 하나둘 몸의 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dis-able' 한 것들이 늘어가기 마련이다. 결국은 돋보기와 지팡이 같은 보조기구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렵게 되는 때가 반드시 오게 된다. 오늘날처럼 수명이 긴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모두 생애 중 어느 땐가 진단을 받게 되는, 잠정적인 장애인인 것이다.

평소 그다지 주의를 기울여본 적이 없더라도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은 오늘은 한 번쯤 주변을 돌아보자. 내 부모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내 자녀와 그 친구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기도 하지 않은가. 나 자신과 형제자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시력을 보조하기 위해 안경을 끼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없듯, 청력을 보조하기 위해 보청기를 착용하고 걸음을 보조하기 위해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여상히 여길 줄 아는 사회는 성숙한 사회일 것이다. '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이 더는 '흉'이 아닌 사회, 장애인을 구성원으로 둔 가족을 '틀린' 문제 가족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조금 '다른' 가족일 뿐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깨어있는 사회, 미래 세대를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사회이다.


이정미 서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