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자영업자 대출 또 11조 늘었지만… "폐업 촉진 뇌관 될라"

입력
2021.12.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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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자영업대출 작년 2분기 이후 최대 증가
'정상화 약속' 정부도, 손실보상·오미크론 고민
장기화 땐 대출로 연명하는 자영업자 '부실화'

올해 3분기 자영업자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11조 원 이상 늘어나면서 역대 두 번째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영업자 대출 잔액도 매분기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전염병 확산으로 경영난에 몰린 자영업자 중 상당수가 대출을 통해 위기를 넘기려 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늘어난 자영업자 대출이 위기 극복의 발판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자영업자의 폐업을 촉진하는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데 있다. 대출은 급증하고 있지만 폐업을 희망하는 자영업자 수는 문재인 정부 임기 4년 동안 9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정부도 자영업자 대출 급증세가 장기화되면 부실로 이어질 것을 알고 있지만, 재원부족 등 현실적인 이유로 현금 보상 등 직접 지원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3분기 자영업 은행대출 증가폭, 역대 2위

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비법인기업(자영업자) 3분기 대출은 직전 분기 대비 11조1,000억 원 늘어난 429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 2분기(21조2,000억 원) 이후 가장 크고, 관련 통계가 있는 2018년 4분기 이후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자영업자가 절반을 차지하는 서비스업 대출금도 은행과 비은행을 합쳐 직전 분기 대비 41조2,000억 원 증가했다. 이 역시 역대 두 번째 높은 증가액으로, 지난 2분기(33조7,000억 원)보다 확대됐다. 특히 서비스업 중에서도 자영업자 비중이 80%를 차지하는 숙박·음식점업은 영업 부진으로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 숙박·음식점업 3분기 대출은 직전 분기 대비 2조2,000억 원 늘어난 82조7,000억 원이다.


'질서 있는 정상화' 공언했지만 금융지원 못 놓는 정부

자영업자 대출은 급증하고 있지만, 그들의 경영난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2,918건이었던 자영업자의 폐업 지원 사례는 지난해 2만5,410건으로 8.7배 늘어났다. 지난해 소상공인 점포 철거 지원 건수도 1만1,535건으로 전년 대비 151% 증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폐업에 직면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된 업체에 대한 정책자금 공급은 채무부담을 키워 개인 신용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도 자영업자 대출 급증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내년 3월로 다시 미뤄놨지만, 이때부터 분할상환을 요구하는 등 ‘질서 있는 정상화’ 방안을 함께 시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대출 지원이라는 간접 지원 방식을 아직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에게 현금 지원을 할 만큼 예산이 충분하지 않기에, 더 폭넓게 지원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소상공인 손실보상 제외 업종 지원도 1% 금리로 대출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자금난에 처한 소상공인에게는 저금리 대출도 꼭 필요한 지원책일 수 있다"며 "다만 장기간 대출을 유예한 소상공인의 상환 부담 누적 문제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연착륙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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