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제주 수돗물 줄줄 샌다

입력
2021.12.01 14:17
노후화 상수관 1300여㎞ 달해
5년간 교체 비용 3600억 예상
유수율 제고 사업은 효과 미미



제주도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상수도 유수율 제고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해당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인 상수도관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도는 교체해야 할 상수도관이 전체의 27%에 달하고, 예상 비용도 3,600억 원에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도는 환경부가 수립 중인 ‘2차 지방 노후관로 정비사업 기본계획’에 제주도 정비 사업을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고 1일 밝혔다. 도는 급수관로를 제외한 4,834㎞에 이르는 도수·송수 목적 등의 관로 중 1,315㎞가 노후화 해 교체해야 할 것으로 판단했다. 도수관로는 취수원에서 정수시설까지 연결된 관로, 송수관로는 정수시설에서 배수지까지 연결된 관로를 말한다.

도는 5년 동안 노후관로를 교체하는 데 3,6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제주지역 상수도 유수율이 높지 않은 것은 노후된 상수도관에서 여러가지 누수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도감사위원회는 도 상하수도본부가 최근 6년간 1,400억 원을 들여 상수도 유수율(정수장이 공급하는 수돗물이 각 가정에 도달하는 비율) 제고 사업을 벌였지만 효과가 목표치의 10분의1 수준에 그치는 등 효과가 미미했다는 감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감사 결과를 보면 도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1,402억 원을 들여 상수도 유수율 개선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유수율은 2016년 44.5%에서 지난해 48.9%로 4년간 고작 4.4%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여전히 수돗물 절반은 땅속으로 줄줄 새고 있는 셈이다. 상하수도본부는 당초 상수도 유수율 사업을 통해 2020년까지 유수율을 73%로 높일 계회이었다.

제주지역의 유수율은 전국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의 상수도 통계를 보면 2019년 기준으로 전국 평균 유수율이 85.2%, 누수율은 14.8%다. 하지만 제주는 유수율이 47.1%, 누수율이 43%다. 전국 대비 유수율은 절반 정도, 누수율 수준은 4배 정도로 높아 심각한 수준이다.

도감사위는 상하수도본부가 오는 2025년까지 잔여 사업비 2,500억여 원을 투입하더라도 목표 유수율 달성은 물론 유수율이 크게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도 감사위는 “상하수도본부는 실현 가능한 목표 유수율 설정 등 상수도 관망의 목표 유수율 유지·관리계획을 재수립해 목표 유수율이 제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상하수도본부는 “그동안의 유수율 제고 사업 추진 상황, 인구 및 관광객 증가에 따른 급수 상황 변화 등 상수도 환경이 변했다”며 “환경 변화에 따라 제주에 알맞은 목표 유수율을 재설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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