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시대가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청동기를 발명한 후 인류는 자연스럽게 돌을 내려놓고 청동기를 집어 들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돌을 고집한 부족은 청동기를 사용하는 부족의 강력한 힘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역사 속에서 반복되고 있다.
목재에서 석탄으로 주 에너지원이 전환되던 시기, 풍부한 석탄을 보유한 영국은 18세기 후반 인류 최초의 산업혁명을 주도했다. 석탄의 높은 발열량에 힘입어 강한 철과 기계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 영국은 철도, 증기선, 고층 건물과 같은 거대 구조물을 제작했다. 이는 19세기 영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의 패권을 확립시키는 계기가 됐다.
미국은 그로부터 100여 년 뒤, 석유와 전기로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끄는 리더로 부상했다. 석유와 전기는 사람들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석유는 자동차, 항공기 등 현대 문명을 움직이는 수단을 창출한 가운데 전기는 밤과 낮의 구분을 없앴고 TV, 라디오 등 다양한 전자제품의 등장을 이끌었다. 이처럼 에너지와 기술의 변곡점마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한 국가가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거머쥐었다는 게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뒤흔들 또 한 번의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바로 탄소중립과 이를 이끌 핵심에너지인 수소다. 수소는 산소와 반응해 열과 전기를 만들고 부산물로 물을 남기는 청정에너지다. 향후엔 수소경제 선도 여부에 따라 국가의 성공과 실패도 좌우될 공산이 크다.
사실 주요국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탄소중립의 핵심수단으로 수소를 주목하고, 수소경제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우리나라도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시작으로 2020년 세계 최초 수소법 제정, 수소차·연료전지 보급 세계 1위 등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하면서 수소경제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그럼에도 아직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화석연료 기반 수소 공급체계를 청정수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고, 대용량, 장거리 수소 운송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자동차에 집중된 활용 분야를 발전과 산업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달 발표된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은 2050년까지 청정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단계별 목표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최근 세계시장에서 K드라마와 K팝을 중심으로 한 한류 열풍이 한창이다. 하지만 유독 에너지 분야에선 지정학적 위치와 빈약한 부존자원으로 인해 고전하고 있다. 수소는 우리 기술과 자본을 통해 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주인공이 되는 첫 번째 에너지로 수소가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