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이지리아를 다녀온 인천 거주 부부가 새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돼 유전자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오미크론 유입 차단을 위해 입국 방역 조치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30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23일까지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뒤 코로나19로 확진된 인천의 부부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전장유전체(바이러스의 유전자 전체) 검사가 진행 중이다.
이 부부는 지난달 28일 모더나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나이지리아에 갔다가 에티오피아를 경유하는 항공기를 타고 이달 24일 오후 3시 30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이튿날인 25일 검사 결과 코로나19로 확진됐다. 검사에서 델타 변이는 음성이 나왔다. 그런데 알파, 베타, 감마, 오미크론이 모두 갖고 있는 변이 부위에서 양성이 나와 의심 사례로 분류됐다. 최종 확인을 위해서는 전장유전체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부부는 현지에서 항공기 탑승 전 PCR 검사에선 음성이 나왔다.
방역당국이 접촉자를 추적 관리하는 과정 중 이 부부를 공항에서 자택까지 이동할 수 있게 도운 지인 1명(40대 남성)과 동거 자녀 1명(10대)이 30일 추가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질병청은 부부뿐 아니라 지인도 검체를 확보해 전장유전체 분석에 들어갔다. 이들 3명의 분석 결과는 12월 1일 오후 9시께 나올 예정이다.
질병청은 또 다른 확진자인 자녀의 검체도 확보해 분석할 계획이다. 인천 부부와 같은 항공기에 탑승했던 승객 대상으로도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추적 관리하고 있다. 해당 항공기의 탑승객 총 81명 중 국내로 입국한 사람은 45명이다.
오미크론은 지난 11일 보츠와나에서 처음 보고된 뒤 현재 아프리카뿐 아니라 유럽과 북미, 호주, 일본 등 세계 19개국으로 확산됐다. 이번 검사에서 오미크론 감염이 확인되면 우리나라도 확산 국가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확산세를 감안하면 국내 유입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국내에 이미 들어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최근 5주간(10월 24일~11월 27일) 아프리카에서 입국한 사람은 총 2,776명이다. 그중 오미크론 변이 위험국으로 지정된 8개 국가(나미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말라위, 모잠비크, 보츠와나, 짐바브웨, 레소토, 에스와티니)에서 401명이 들어왔다.
질병청은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확인된 해외유입 확진자의 검체 101건 중 전장유전체 분석이 가능한 60건에 대해 전수 분석을 하고 있다. 30일 울산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네덜란드(28일 입국, 외국인)와 독일(29일 입국, 한국인) 입국자도 분석 중이다. 두 나라 모두 오미크론 변이가 나온 국가다.
정부는 이날 오미크론 변이 대응 방안을 선제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미크론 감염 의심 사례를 분석 중이라는 보고를 받고 “유입 차단을 위해 더욱 강화한 입국방역 조치를 즉각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 확인될 경우 추가 확산은 시간문제다. 델타를 비롯한 다른 변이와 달리 선별진료소나 임시선별검사소의 일반적 PCR검사에서 곧바로 확인되지 못해 별도 유전자 분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변이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변이PCR을 검사 현장에 보급하는 데 약 한 달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