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다주택자에 대한 거래세 완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보유세를 강화하되, 거래세를 낮춘다'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입장과도 맞닿아 있다. 보유세와 거래세 강화로 집을 팔지 않고 있는 다주택자들의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거래 활성화를 통한 집값 안정화를 꾀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와 차별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30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를 당에서 검토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에서도 양도세 완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하더라"면서도 "보유세가 올라간 상황에서 집을 팔고 싶어도 세금 때문에 내놓을 수 없다는 여론이 크다"고 했다. 이어 "(1주택자) 양도세 완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시장에 메시지를 주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성환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일시 인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보유세는 두껍게 하고 거래세는 낮추고 이런 기조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검토 중인 방안은 세율 인하보다 중과세율 유예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서울 등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팔 경우, 기본 양도세율에 20%포인트 혹은 30%포인트가 더해져 양도세를 매긴다. 민주당은 이 같은 중과세율을 한시적으로 배제함으로써 거래 물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다주택자 취득세율도 현행보다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거래세 완화는 이 후보의 부동산 정책 방향과 다르지 않다. 이 후보는 29일 광주에서 열린 전 국민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전 세계적 추세를 따라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올려 부동산 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에 "공시가격이 워낙 크게 올라 일반세율을 적용해도 양도세가 높다"며 "다주택자 중과세만 완화되어도 매물이 늘어나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당 안팎의 반발도 예상된다. 2019년 12·16 부동산대책에서도 다주택자 중과를 6개월간 한시 배제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주택자) 양도세를 인하해도 매물이 나오는 것과 연관성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 의장도 "반대하는 의원도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