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새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에 여행·면세업계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조치와 함께 연말·연초 특수 기대감에 부풀었는데, 변이 바이러스 여파에 대규모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부 전자상거래(e커머스)업체들은 해외여행 상품 환불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11월 29일부터 12월 12일까지 출발할 예정이었던 유럽행 항공권 일부 상품을 전액 환불 조치하고 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상품 취소 고객이 늘어 최소 출발 인원 수가 미달됐다"며 "유럽 지역 3개 상품이 환불 진행 중이고, 다른 지역 상품도 확산세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로 하늘길이 조금씩 열리면서 11월 내내 해외여행 상품 판매에 공을 들인 e커머스 업계는 더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11번가의 경우 11월 해외항공권 판매가 10월 대비 약 40% 늘었지만, 최근 취소율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일본 입국제한 조치 등으로 29일 기준 예약 취소건수가 평소 대비 150% 많이 발생했다”며 "주로 12월, 내년 1월 출발 상품들"이라고 설명했다.
여행·면세업계 분위기도 비슷하다. 여행 수요가 다시 암흑기를 맞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1년 반 동안 묵혀뒀던 유럽여행 상품을 어렵게 꺼냈는데, 다시 넣어야 할 판"이라며 "유럽이 국경을 걸어 잠그면 전액 환불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국가인 싱가포르, 사이판 지역에서 입국한 관광객이 시내면세점을 찾아오면서 실적 회복 기대감이 컸던 면세업계 역시 분위기가 좋지 않다. 면세업은 코로나19 팬데믹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업종 중 하나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객이 끊기면서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 달간 내국인 매출이 15~20% 늘면서 회복세에 불이 붙나 싶었는데 도로 냉탕에 빠진 기분"이라고 했다.
오미크론은 최소 15개국에 번진 상태다. 세계 각국은 서둘러 국경문을 잠그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보츠나와뿐 아니라 주변국까지 여행 제한령을 내렸다. 이스라엘과 일본은 외국인의 신규 입국을 막았다. 우리 정부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8개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내렸다. 트래블 버블 지역인 싱가포르·사이판 입국자라도 해당 국가에서 오미크론이 확산하면 입국을 제한하는 '서킷 브레이커' 발동을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