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선 후보와 갈등 끝에 30일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잠적했다. 대선을 앞둔 초유의 야당 내홍이다. 갈등의 본질은 권력 다툼이고, 정체성 불분명한 세력이 반문 정서로 뭉친 것이 그 배경이라고 하겠다. 국가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할 시점에 자기들끼리 다투는 국민의힘에 국민의 실망이 깊다.
이런 갈등이 대선 후보가 결정되고 권한을 쥔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후보 중심으로 선대위가 구성되는 것이 당연한 데도 이 대표가 연일 후보 탓을 하고 있다. 윤 후보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인선을 고수하면서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 영입이 어려워지자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윤 후보 관계자가 김 전 위원장을 자극한다”고 했고, 사흘 뒤인 29일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공작질을 한다”고 비난했다. 대표가 내부 조율은커녕 공개 비난하는 것도, 이미 무산된 일에 대해 ‘윤핵관’ ‘공작질’ 운운하는 것도 결코 당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대표가 반대했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를 선대본부장으로 영입하고 일정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것도 '이준석 패싱'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여성과 약자 대상 범죄 예방에 전념하는 전문가 영입을 공개 반대한 것이 오히려 명분 없는 일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지지 기반인 20대 남성 지지를 잃을까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이 ‘파리떼’를 정리하라고 압박한 것이나, 이 대표가 그를 옹호했던 것 역시 결국 권력 다툼으로 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바나 선거 승리를 위해 고민하기보다 자기 정치를 우선시하는 꼴이다.
윤 후보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임시방편으로 봉합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의힘이 나아갈 방향과 원칙, 지지를 호소할 타깃층을 명확히 하고 여기에 동의하는 이들로 선대위를 구성해야 한다. 적당히 자리 나누기로 봉합한다면 100일 남은 선거 국면에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