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5일 한국일보가 주최한 <2021 코라시아포럼>은 참신하고도 시의적절한 기획이었다. '신 한일관계: 협력과 존중의 미래를 향하여'라는 주제는 엄중한 국제환경에서 한국의 대외진로를 묻는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한일관계라는 단일 주제가 포럼의 주제로 채택되었다는 것도 놀랍지만 프로그램 구성이 대단히 탄탄하고 알찼다. 유력 대선주자를 비롯한 정계, 외교가, 경제계, 언론 문화 예술 그리고 학계에 이르는 전 분야에서 작금의 한일관계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미래상을 찾아보려는 기획이 돋보였다.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이재명, 윤석열 양 후보의 대일외교에 대한 인식과 비전 제시였다. 이재명 후보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와 균형적 사고를 우리 외교전략의 큰 방향으로 제시하고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대로 "과거를 직시하고 현실을 인정하되 미래지향적으로 양국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과거사 영토 문제에는 단호하게 대처하되 한일관계의 목표는 미래지향적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정계가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것은 그들의 국익에 부합할지 모르나 우리 입장에선 종전 상태로 바꾸고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으로 끌고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윤석열 후보는 "불신과 냉소로 꽉 막힌 한일관계를 김대중-오부치 선언 2.0 시대 약속을 통해 미래지향적으로 풀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더 나아가 그는 현 정부 들어 한일관계가 악화된 것은 외교가 국익보다 국내 정치를 앞세웠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국내 정치에 외교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셔틀외교 채널을 조속히 열어 신뢰 회복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신뢰가 형성된다면 과거사 문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하며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을 적극 추구하겠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포럼의 각 패널에서 이뤄진 현 단계 한일관계에 대한 진단과 당면과제 그리고 미래비전이 시각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폭넓은 공감대를 이룬 점은 주목을 요한다. 현재의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황이고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이구동성으로 지적되었다. 미중 전략대결 구도에의 대응, 국가 정체성 및 대외전략 등에서 양국이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이 한일 갈등의 구조적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은 일리 있는 진단이다. 지금의 갈등과 대립은 한일관계가 수직적인 관계에서 수평적인 관계로 진화하는 속에서 생긴 부적응 상태 혹은 성장통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흥미롭다.
한일 갈등 상황에 관해서는 징용-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대립 현안이 관계악화의 뇌관이 되고 있어 이 문제의 시급한 해결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대종을 이루었다. 더불어 수출규제 문제, 지소미아를 비롯한 안보문제, 한반도 평화-대북정책 분야에서 한일이 마찰과 갈등을 극복하고 협력과 공조를 모색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음을 확인했다.
향후 한일관계의 바람직한 방향성에 대해서도 대체로 공감대를 확인했다. 첫째, 현재 진행되고 있는 치열한 미중 전략경쟁과 엄중한 북한의 핵 위협 상황을 고려할 때 가치와 규범을 함께하고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 한일 양국은 역사 갈등을 극복하고 전방위적인 협력을 이뤄나가야 한다. 둘째, 한국이 국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일본은 외교 자원이자 기회 공간이므로 감정에 매몰되기보다는 전략과 실사구시에 입각한 대일 외교 추진이 중요하다. 셋째, 한일관계는 한반도와 동북아 더 나아가 아시아 전 지역에서 안정과 평화와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데 있어 함께 힘을 합쳐야 할 중요한 양자 관계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