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되면 떡값도 다 불 것”이라던 日 사립대 이사장, 탈세 혐의로 체포

입력
2021.11.3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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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수 7만 명의 일본 최대 사립대 니혼대학의 다나카 히데토시(74) 이사장이 지난 29일 도쿄지검 특수부에 체포됐다. 대학 임원과 거래처 등으로부터 자주 돈을 상납받은 혐의를 받는 그는 지난 9월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후 주변에 “내가 구속되면 지금까지 정치인들에게 준 뒷돈을 모두 불어 버릴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다고 슈칸분슌(週刊文春)이 보도한 바 있다.

3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다나카의 혐의는 측근과 니혼대 거래처 등으로부터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고서도 이를 소득 신고에서 제외해 2018년과 2020년 총 5,300만 엔(약 5억5,600만 원)을 탈세했다는 것이다. 니혼대는 지난해 부속병원의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면서, 설계를 24억 엔에 특정 회사에 발주했다. 이 회사는 이중 2억 엔을 다른 의료 컨설팅 회사에 보냈는데, 이 지시를 한 사람이 다나카의 최측근인 이노구치 다다오(64) 당시 니혼대 이사였다. 돈을 받은 컨설팅 회사의 사장은 오사카의 대형 의료법인 소유주 야부모토 미사미(61)로, 2억 엔을 받은 3일 후 다나카에게 3,000만 엔을 건네줬다고 진술했다. 특수부는 다나카가 이 두 사람과 설계 회사 등으로부터 총 1억2,000만 엔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나카에게 여러 차례 거액을 상납했다고 진술한 야부모토와 이노구치는 니혼대에 총 4억2,000만 엔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배임 등)로 이미 기소된 상태다.

특수부는 지난 9, 10월 니혼대학 본부와 다나카 부인이 운영하는 음식점 겸 자택을 압수수색하다 1억 엔 이상의 현금을 발견했다. 하지만 다나카는 리베이트 수수 및 탈세 등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하고, 1억 엔도 부인이 모아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아오모리현 출신의 다나카는 현지 고등학교 스모부를 거쳐 니혼대에 입학, 현역 시절 34개의 타이틀을 획득한 아마 스모계의 유명 선수였다. 그는 1983년 이 대학 스모부의 감독으로 취임해 유명 선수를 많이 배출했고, 이후 스포츠계에서 일본스모연맹 부회장, 국제스모연맹 회장, 일본올림픽위원회(JOC)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니혼대 내부에서도 정치력이 뛰어나 승진을 거듭, 2008년 이사장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13년간 이사장으로 일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임원이라도 운동장 관리인으로 좌천시키는 등 인사권을 휘둘러 대학을 사유화하고 이권을 챙겼다. 다나카의 부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에는 니혼대 간부와 거래처 인사들이 자주 드나들었고, 니혼대 인사는 여기서 다 정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오른팔이었던 이노구치 이사 역시 니혼대 미식축구부의 거물 선수로 이 음식점의 단골이었다.

니혼대 사건으로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 사립대학 운영에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일본 문부과학성도 지난 7월부터 전문가 회의를 설치해 사학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사립학교들이 맹렬히 반발해 실제 개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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