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낙관론 환상에서 깨어나야" 코로나 19 의료진의 경고

입력
2021.11.30 08:30
임승관 경기의료원 안성병원장, "의료진 확충" 호소
확진자 폭증에 한계...일상 회복 잠시 '멈춤' 필요
정부 방역대책? 낙관론 기초, 플랜B 없어 걱정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한 달, 치솟는 확진자 숫자에 위중증 환자를 치료할 병상마저 고갈된 와중에 전 세계에 초비상이 걸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까지 새롭게 등장한 상황. 그러나 정부가 29일 발표한 특별방역대책은 특별할 게 하나 없었다.

"우리가 지금 어렵고 힘든 이유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가 아니라, 다 알지만 이를 수행할 자원이 충분치 않아서 겪는 일 아닌가요. 그런 점에서 정부는 문제의 본질을 놓치고 있습니다."


폭증하는 확진자 수요, 의료진 공급 없는 방역 대책 문제

29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이렇게 토로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전문가들 모두가 동의하는, 그리고 반드시 해야만 하는 예상 가능한 일들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원이 부족한 현실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폭증하는 확진자를 감당할 의료 인력 부족 현실은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진단이다.

결국 임 병원장의 강조점은 의료진 확충이다. "당장 발생하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격차가 벌어지는 게 문제인데, (의료진을) 공급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방역 대책을 말할 수 없다면, 현장 의료진은 급격히 더 소진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2년차, 이미 현장의 의료진들은 번아웃을 넘어선 상태로, "의료직 사직은 현실"이다. 임 병원장은 "저희만 해도 그라운드 위 선수들의 지구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도 보이고, 멘털도 팀스피릿도 예전 같지 않다. 전투의 2열에 있는 전담병원들이 이 정도면 최전선에 있는 보건소의 소진과 소모상태가 어떤 수준일지 솔직히 감도 오지 않는다"며 현장 의료진들의 고충을 전했다.




이미 의료 시스템 오작동, 일상 회복 잠시 멈춰야 하는 이유

문제는 확진자 폭증이 뻔히 예상되는 앞으로다. 확진자가 5,000명 이상으로 넘어간다면 지금의 의료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진단. 전문가들 사이에선 환자수를 일단 줄이기 위해서라도 단계적 일상 회복을 잠시 멈춰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는 이유다.

임 원장 역시 "타당한 논리"라고 동조했다. 그는 "확진자 5,000명까지 감당할 수 있다던 시스템이 3,000명 수준에서 오작동한 것 아니냐"며 "준비가 부족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힘들더라도 처음부터라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하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지금 상태로는 상황이 나빠지는 걸 뻔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




오미크론 변이 초비상... 정부 방역 대책 실패 시 플랜B 있나?

전파력이 델타 변이보다 강하다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도 정부의 인식은 너무 안일해 보인다고 질타했다. 임 병원장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유수의 전문가들은 스파이크 단백질 변이가 숫자가 매우 많아서 기존 백신 접종에 대한 면역 효과도 감소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지 않느냐"며 "변이에 맞는 새로운 백신개발도, 항체치료제도 다시 개발돼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선제적이고도 철저한 방역 대책을 주문했다.

그가 인터뷰에서 남긴 마지막 당부는 '정부가 낙관론의 환상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것. "간절히 소망해도 모자랄 판에 재수 없는 얘기를 해드려서 죄송한데,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전략이 발표될 때마다 매번 성공할 거란 가정에 기반해 있다는 게 문제라는 겁니다. 방역 대책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에 대한 복안을 고민하고 토론하는 부분이 부족한 채로요." 플랜B에 대한 고민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일갈이다.

강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