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러쉬가 "SNS 중단" 선언하고도 박수받은 까닭은

입력
2021.12.01 15:00
러쉬 성명문 내고 "SNS 활동 중단" 선언
"소셜 미디어가 만드는 불안, 우울에 반대" 
소셜 플랫폼 디지털 폭력  개선 촉구
누리꾼들, SNS 문제점 지적에 지지 보내
"치밀한 계산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해석도

글로벌 화장품 기업 러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 세계 모든 기업들이 고객과 소통 기회를 늘리고,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 기를 쓰고 SNS을 활용하는 마당에 러쉬는 거꾸로 행보를 택한 셈이다. 그런데 누리꾼들은 러쉬의 이런 행보에 오히려 박수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러쉬는 자사 홈페이지 공식 성명문을 통해 "러쉬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스냅챗·왓츠앱·틱톡이 안전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 활동을 중단한다"면서 그 이유를 밝혔다. 소셜 미디어의 역기능인 사이버 괴롭힘·가짜 뉴스 등이 불러일으키는 문제가 러쉬가 지향하는 진정한 휴식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러쉬는 유튜브, 트위터, 카카오톡은 소통의 창구로 남겨놓고 소셜 미디어에서는 활동을 중단했다.




러쉬, SNS 중단···"불안·우울 커지는 곳에서 러쉬 철학 불가"

러쉬는 28일 자사 홈페이지 공식 성명문을 통해 "러쉬는 이제 불편하지만 꼭 필요하다고 믿는 일을 실천하고자 한다"며 소셜 미디어 중단을 발표했다. "러쉬 브랜드 철학을 지지하는 고객과 직접 관계를 맺고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늘 러쉬의 목표였다"고 시작한 성명문에서는 소셜 미디어의 역기능이 이러한 러쉬의 브랜드 철학과 배치됨을 밝히기도 했다.

"소셜 미디어의 진화로 조작된 알고리즘과 그에 돈을 지불하는 기업들, 이용자들에게 가해지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면서 "그 어떤 충분한 조치가 취해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 대해 비판한 것. 러쉬가 꼽은 SNS의 유해성 요소는 ①디지털 폭력 ②외모 지상주의 ③불안과 우울 같은 정신 건강 문제의 가중 ④사이버 괴롭힘 ⑤가짜 뉴스 ⑥극단주의 등이다.

러쉬는 "이러한 조작이 가능한 알고리즘과 위험 요소가 예측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못 본 척하며 느슨한 규제는 SNS의 폐해에 경종을 울렸다"며 "러쉬는 고객에게 으슥한 골목에서 만나자고 제안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디지털에서도 고객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러쉬 공동 창립자인 마크 콘스탄틴(Mark Constantine)의 말을 인용하며 이와 같은 결정이 러쉬의 브랜드 철학과 맞닿아 있음을 강조했다. "저(마크 콘스탄틴)는 평생 해로운 원재료 없는 제품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일부 소셜 미디어를 보라. 우리 삶에 위험하다는 증거가 넘쳐난다. 고객이 위험에 처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고, 이제 그 위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면서도 러쉬는 이와 같은 정책이 "무조건적 안티소셜(Anti-social)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당분간 유튜브, 트위터,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로는 함께할 것"이라며 "더욱 건강하고 윤리적 소통 채널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누리꾼들 "러쉬답다"...SNS 자성 요구에 한목소리로 응원

누리꾼들은 공감과 응원을 보내는 분위기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러쉬의 이 같은 결정을 공유한 게시글에서 누리꾼들은 "브랜드 가치가 건강하게 상승하는 느낌이다", "확실히 소셜미디어를 보면 현실에 눈감게 하기 위해 돌아가게 한다고 느꼈었다"는 댓글을 달았다.

러쉬가 활동을 이어가기로 한 트위터 이용자들의 입길에도 올랐다. 한 이용자는 "이번 선언문은 두 가지 부분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첫째는 자신들은 이렇게 결정했지만 모든 고객이 안티소셜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는 것, 둘째는 특정 소셜 플랫폼들에게 책임을 물으며 자성을 독려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추켜세웠다. 해당 누리꾼의 러쉬 관련 트윗들은 7,000회 이상 리트윗을 받으며 공감을 얻었다.

한편 이러한 러쉬의 SNS 철수 정책 뒤에 치밀한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은 높은 광고 노출로 소비자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어 마케팅 비용 대비 효용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나온다는 것.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은 "브랜드 지향점 문제도 있지만 요즘 소셜 마케팅 하락세라는 의견도 있어서 그럴 수도. 마케팅 쪽에서 돈 안 된다는 소리 좀 나오거든. 앞으로 어떻게 마케팅할지 궁금", "새로운 트렌드를 빠르게 찾아가는 듯", "어차피 공식 SNS 안해도 러쉬 직원들이 공식 SNS인 것처럼 인스타 엄청 함"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세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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