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대선을 딱 100일 앞둔 29일을 광주에서 맞았다. 지난 4박 5일간 호남 곳곳을 다닌 이 후보는 마지막 화두로 '정치 개혁'을 던졌다. 한국 민주 정치의 본산인 광주에서 "대통령이 되어 정치를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만년 비주류 출신인 이 후보는 스스로를 '기득권 정치'를 깨부술 적임자로 설정했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0선 대선후보로서 여의도 정치를 때리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국민선대위 회의에서 "'국회의원만의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정치'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무책임한 폭로와 책임지지 않는 국회를 바꾸겠다"며 국회의원 면책특권 축소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고, "민생은 벼랑 끝인데 국회의 시계는 너무 느리다"며 '일하는 국회'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정부에도 날을 세웠다. 재정당국이 '재정건전성'을 지키느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피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을 재차 조준했다. 이 후보는 "전 세계를 기준으로 하면 국민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어서는데, 우리는 1.3%를 지원하고 그것도 많다고 난리"라고 꼬집었다.
'실용주의자'의 면모도 부각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약속을 스스로 철회한 점을 거론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안한 '소상공인 50조 원 손실 보상'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내년도 정부 예산에 반영하도록 하자. 관철되면 온전히 윤 후보의 성과로 인정할 테니, 논의에 협조해주시면 좋겠다"며 '통 큰 지도자'의 모습도 과시했다.
이 후보가 윤 후보에게 손만 내민 건 아니다. 윤 후보의 '국정 경험·능력 부족' 견제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광주 조선대에서 학생들과 만나 "'기후변화'에 대한 윤 후보 인식이 뒤처져 있다"며 "흥선대원군이 살아 와서 곰방대로 그레타 툰베리를 혼내는 격"이라고 빗댔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정부가 산업계와 충분히 논의한 후 재설계하라는 윤 후보 주장에 대해선 이 후보는 "파리협정에서 탈퇴당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호남은 이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진 않고 있다. 이 후보는 "호남은 텃밭이 아니라 죽비"라며 내내 낮은 자세를 취했고, 이낙연 전 대표의 고향인 전남 영광군을 찾아선 허리를 더 숙였다. 이 후보 측은 이 전 대표가 나타나 힘을 실어주길 바랐지만, 만남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이 후보는 포기하지 않았다. 영광군 터미널시장에서 "여기가 제가 존경하는, 호남이 낳은 정치 거물 이 전 대표의 고향이 맞냐"며 "이 전 대표를 잘 모시고 더 나아진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