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눈물, 민주당의 반성

입력
2021.11.29 18:00
26면

여당, 선대위 개편에도 ‘원팀’ 안 돼
오만, 무능이 낳은 ‘정권심판론’ 강고
사과와 혁신 다짐에 진정성 있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빠르게 당을 장악하고 있다. 당직을 개편하고, 선대위를 측근 중심의 실무형으로 꾸렸다. '전권’을 위임받으면서 사실상의 당대표가 된 것이다. 대선 후보에게 ‘당무우선권’을 주는 국민의힘과 같은 절대 권한이 부여된 셈이다. 하지만 새 단장을 한 것은 신발끈을 고쳐 맨 것에 불과하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냉소적 시각은 기득권화됐다는 배신감에서다. 한국일보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 586 의원들은 집권 초 대비 평균 10억 원 이상 재산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의 의원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투기 의혹을 통보받은 의원은 여야 동수였다. 한때 사회적 모순을 비판하며 개혁을 주장했던 이들이 집권당 주류가 되면서 권력과 부를 챙긴 기득권층이 됐다고 볼 근거다.

‘웰빙당’으로 변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대선은 내 선거가 아닌 남의 선거나 다름없다. 임기를 한참 남긴 그들에게 이번 대선은 공천과 무관한 선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권이 야당에 넘어가도 민주당 1당 지위는 굳건하다. 선거는 누가 더 절박한가의 싸움인데 그런 면에서 국민의힘은 훨씬 간절하다. 윤석열 후보 캠프를 움직이는 힘은 상당수 원외 인사들이다. 정권을 찾아와야 국회 입성의 꿈을 이룰 수 있기에 의욕이 넘친다.

더 심각한 건 당내 갈등과 분열이다. 겉으로는 용광로를 강조하지만 속은 곪아 있다. 이재명에게 ‘역컨벤션 효과’를 안긴 이낙연 전 대표는 당 주변에서 모습이 사라졌다. 지난 주말 이 후보의 호남 매타버스 일정 때는 다른 지역 일정을 이유로 나타나지 않았다. 이재명과 민주당의 호남 지지율이 뜨지 않는 것은 남루해진 ‘원팀’의 반증이다.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홍준표의 ‘윤석열 디스’에 미소 짓는 게 민주당의 현주소다.

’안 되는 집에는 수백 가지의 이유가 있다’는 말이 있지만 이 후보와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부진하자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도 보인다. 이 후보가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하자 당 일각에선 “마음대로 하고 잘못되면 책임져라”는 식의 냉기류가 흐른다.

도덕적 흠결이 적지 않은 이 후보로서도 별 할 말이 없는 처지이긴 하다. 형수 욕설과 여배우 스캔들로 상당수 여성 지지자들이 등돌린 것은 오로지 그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본ㆍ부ㆍ장(본인·부인·장모) 의혹’으로 발목이 잡힌 윤 후보와 도긴개긴으로 묶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뚜렷하다.

대장동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한 것도 자신 탓이다. 이제 와서 조건 없는 대장동 특검을 외치지만 많은 국민은 이미 이 후보 연루 의심을 깊이 담아둔 터다. 되짚어보면 처음 특검을 강력히 반대한 것도 그였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음식점총량제 등 다듬어지지 않은 공약 헛발질도 전략적 미스다.

이재명과 민주당 앞에는 난공불락의 정권심판론이 가로막고 있다. 다른 누가 만든 게 아니라 집권세력의 위선과 오만, 무능함이 스스로 쌓아 올린 철옹성이다. 보수 야당이 자신들을 궤멸시킨 정치 신인에게 당을 내주고, 벌써 정권을 잡은 듯 논공행상을 하는 것도 ‘닥치고 정권교체’ 여론이 그만큼 공고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했을 때 ‘천막당사라도 쳐라’는 칼럼을 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모래 벌판에 천막당사를 세워 당을 살려낸 것을 배우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후에도 민주당은 달라지지 않았다. 초선 의원 몇 명만 입바른 소리를 내다 만 게 고작이다. 그러다 ‘응징투표’가 눈앞에 다가오자 다시 고개를 조아린다. 지금의 반성과 사죄, 혁신의 다짐은 그래서 진정성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충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