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과 좌절 사이...'윤석열과 손잡은 이수정'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입력
2021.11.30 10:00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선대위 합류 이수정 교수
여초 커뮤니티 "환영"...윤석열 지지? "성과 봐서"
안티페미니즘 목소리 낸 남초 커뮤니티는 반발

"보수 정당이면 어떻고, 진보 정당이면 어떻습니까. 여성을 위해 목소리 내주는 분이면 응원하는 게 마땅하지 않나요?" - 친여 성향의 여초 커뮤니티 이용자

"2030 남성들은 또 버려진 듯하네요. 윤석열도 이재명도 페미니즘 노선으로 갈아 탄 것 같으니 이럴 바에야 차라리 허경영을 뽑겠습니다." -반(反) 페미니즘 성향이 강한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선대위에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 교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에 대한 엄벌과 여성·아동 인권보호 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온 인물.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성폭력대책 태스크포스(TF)에서 활동하며 스토킹 범죄 처벌 법안과 조두순 보호수용 법안 등 정책 대안을 마련했다.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여성 인권 개선해주면 환영"

여성 이용자가 많은 여초 커뮤니티에선 이 교수의 영입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여성 및 아동 인권 보호에 헌신해 온 이 교수의 전문성과 상징성을 높이 사며,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위한 정책 입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다.

일부 여권 지지 성향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이 교수가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을 택한 것을 두고 "어떻게 안티페미니즘의 기수인 이준석 대표가 있는 당에 가느냐"며 "보수 정당으로 가면 어쩌냐"고 이 교수를 비난하는 일부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내 "여성 범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느 당인지가 뭐가 그리 중요하냐"거나, "안티페미니즘으로 기울어진 윤석열의 여성 정책의 잘못을 바로잡으러 간다는 건데 응원해야 할 일 아니냐"고 반박하는 여론이 압도했다.




윤석열 후보 지지? "팽할지도 모르니 일단 더 지켜봐야"

여성의 권리 향상을 위한 노력에 정치 성향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지적이다. 특히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가 진작에 모시지 못한 게 패착"이라며 이 교수를 놓친 민주당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다만 '이수정 카드'가 윤석열 후보의 여성 표심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윤 후보가 실질적인 정책과 공약을 내놓을 때만 지지 의사를 고민할 수 있다는 것. 일단 성과를 두고 보겠다는 거다.

한 여초 커뮤니티 이용자는 "이수정 교수 입장에서는 여든 야든 여성과 아동을 위한 법과 조직을 만들고 보호하려는 의지만 있었다면 큰 의미는 없었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이 교수를 데리고 가서 언론플레이만 하고 팽할지 아니면 힘을 실어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안티페미니즘 목소리 높여 온 남초 커뮤니티 반응은 험악

반면 안티페미니즘에 목소리를 높여 온 남초 커뮤니티의 반응은 험악했다. 이 교수의 영입으로 본인들이 주장해온 안티페미니즘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불만과 불안을, 윤석열 후보에 대한 비판으로 쏟아내는 분위기다.

특히 이준석 대표가 이 교수 영입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음에도 영입이 관철될 것을 두고 좌절감을 토로하는 모습이다. 앞서 홍준표 의원의 대선 경선 탈락 때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2030 남성은 이대로 버려지는 거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 교수의 선대위 합류 철회를 요구하며, 인선을 강행하면 윤석열 후보를 찍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글들도 적지 않았다. "이재명을 찍겠다"거나 "이럴 바에야 허경영을 뽑겠다"는 식이다. 일부 이용자는 '이수정 카드'는 여성 표심을 넘어선 외연 확대 전략이라고 강조하며 2030 남성들이 지나치게 반발하는 게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강윤주 기자
전세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