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이준석 대표를 주요 의사결정에서 배제한다는 이른바 이준석 패싱 논란에 휩싸였다. 당대표는 당연직으로 선대위에서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는다.
전날까지만 해도 '패싱 논란은 지겹다. 선거에 있어 무한한 권한과 책임은 후보 몫'(페이스북)이라며 진화에 나섰던 이 대표는 29일 라디오에 출연해 작심한 듯 '이준석 패싱'을 스스로 인정하며, 이 같은 상황을 만드는 윤 후보 측근 세력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앞서 이 대표는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기자회견과 선대위 청년위 출범 등을 사전에 알지 못해 '이준석 패싱' 논란이 일었다.
대선 국면에서 후보에게 전권이 부여된다지만, 당대표 패싱 논란이 이토록 노골화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기본적으로 후보와 당대표 사이의 불신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영입 중단으로 '원톱'으로 나선 김병준 위원장에 대해선 "전투 지휘 능력으로 실적이 있지 않아 우려된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결국 위기 상황이 닥치면 김종인 모시기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며 '김종인 카드'를 다시 한번 언급하기도 했다.
당대표 패싱 논란에 꺼지지 않는 김종인 원톱 카드까지. 후보를 비롯한 선대위 주요 인사들의 역학관계가 맞물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윤석열 선대위가 출발부터 삐거덕거리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패싱 논란을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세력이 있다며 윤석열 후보 측근들을 겨냥했다. 윤 후보 측근들이, 자신과 윤 후보, 윤 후보와 김종인 전 위원장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경험하거나 목격한 윤 후보 측근들의 '이간질' 사례를 전했다. ①김종인 전 위원장이 "주접 떨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최후통첩 보도 ②당대표 취임 이후 '이준석이 후보 골탕 먹이려고 후보를 오라 가라 했다'는 익명 인터뷰 ③언론에 나오기 전날까지 얘기를 들은 적 없다는 윤석열 후보와의 충청권 2박 3일 유세 동행 보도 등을 그 사례로 들었다.
이 대표는 "저도 외교사절 만나는 것 등 일정이 가득하기에 (사전에 알려주지 않으면 갑작스럽게) 조정할 수도 없는데 전날 이렇게 언론을 통해서 알게 한다"고 불쾌해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못 들었기 때문에 '이준석 패싱'이고, (안 가면) '이준석이 후보 일정에 협조 안 한다'고 이간질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것 아닌가"라며 "제 입장에서 황당한 이런 일이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대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영입이 무산된 채 선대위가 출범한 것에 대해, 나중에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이제 김 전 위원장을 영입하려면 솟값을 쳐주는 정도가 아니라 모든 걸 더 얹어서 드려야 할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인데, 예의를 갖춰서 모셔야 한다. 프리미엄 다 얹어야 한다. 전권을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영입과 관련해선 과거에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초기에는 상황이 좋으면 '김종인 없이도 이길 수 있다'는 사람들이 후보 옆에 들러붙기 시작하고 서서히 김 전 위원장과 영역을 갖고 다툼이 일어나다가 나중에 지지율이 좀 떨어지는 모양새가 나타나면 후보 또는 대표가 엎드리는 모양새로 가서 김 전 위원장을 모셔온다"는 것.
이 대표는 그러면서 "김 전 위원장 영입 과정은 꼭 영입하려는 사람들이 뭔가 찍어먹어봐야 하는 느낌으로, 꼭 그다음 단계에서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있다"며 윤 후보 측근 인사들을 겨냥했다.
김병준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 대해선 "굉장한 역량을 발휘하시기만을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전투지휘 능력으로 실적이 있거나 이러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은 우려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