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가상화폐(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1년 더 유예하자는 데 사실상 합의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9일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이러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연 250만 원을 초과하는 가상자산 양도 차익에 세율 20%를 적용해 분리 과세하려 했던 정부의 계획도 틀어지게 됐다.
일찌감치 가상자산 과세에 합의했던 여야가 시행 한 달을 앞두고 갑자기 이를 뒤집은 건 오로지 대선 때문이다. 매사에 으르렁거리던 여야는 표를 위해 국회법에도 없는 기재위 '소소위'까지 열고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 이례적 ‘협치’의 모습을 보여줬다. 혀를 찰 노릇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매기는 건 당연하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를 미룬 건 횡포나 다름없다. 정책 신뢰도와 일관성을 훼손하는 밀실 야합이고 노골적인 ‘표퓰리즘’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내건 뒤 여권에서 “과세 체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든 것도 타당하지 않다. 정작 기재부와 국세청은 준비가 다 됐다는 입장이다.
정당한 과세는 오히려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공고히 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단순히 과세를 미루면 표를 더 얻을 것으로 생각하는 건 정치권의 오산이고 착각이다. 고무신 뿌리면 당선되던 시대도 아니다. 일자리와 부동산 문제 등 젊은층의 고충에 귀 기울기보단 과세유예 쇼나 하는 여야의 구태가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