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가르침을 쉬운 언어로 풀어서 전파해온 월호 스님이 대승불교의 대표적 경전인 ‘유마경’을 해설한 책 ‘유마경 강설’을 펴냈다. 유마경은 재가거사인 유마힐을 주인공으로 한 경전으로 불교 경전 가운데 출가하지 않은 신자(재가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경전은 두 가지뿐이다. 병을 앓는 유마거사가 부처의 제자들에게 펼치는 설법에 초기 불교부터 대승불교, 선불교에 이르는 불교의 가르침이 모두 담겨 있다.
월호 스님은 2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경전으로 유마경을 소개하면서 “유마경은 병고와 살아가는 방법을 설한 경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마경은 중생이 병을 앓는 데 근본 원인은 무엇이며 병고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병에서 나을 수 있는지를 아주 자세하게 담고 있다”면서 “팔만대장경 가운데서 시대적 상황에 가장 적합한 경전 단 한 권을 추천하라면 유마경을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유재석이 진행하는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던 스님은 이날도 방송에서 강조했던 아바타(자신의 화신 또는 분신) 담론을 펼쳤다. 인간은 스스로를 아바타로 여기고 관찰함으로써 평안한 상태에 다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스님은 “유마경에는 아바타환, 바라밀환, 행불환이라는 세 가지 약이 있다”면서 “초기 불교의 가르침은 아바타환, 대승불교의 가르침은 바라밀환, 선불교의 가르침은 행불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바타환은 우리 몸과 마음을 아바타로 보는 것”이라면서 “내가 아픈 것이 아니고 ‘아바타가 아프구나’ 하게 되면 병고에 더 객관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명상을 한다고 해서 고통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생겨난다”고 밝혔다.
스님은 “금강경이나 화엄경, 유마경을 보면 ‘환’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옛날 스님들은 이것을 ‘허깨비’라고 번역했다”면서 “이것을 제가 아바타로 번역하니까 사람들이 훨씬 더 잘 알아듣는다. ‘실체는 없지만 현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바로 아바타다”라고 덧붙였다.
유마경 강설은 스님이 행불선원에서 일주일에 2시간씩 1년 6개월 정도 진행했던 강연을 정리해 기록한 책이다. 스님은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이 ‘병고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유마경에 ‘번뇌는 없애야 할 적이 아니다. 관찰해야 할 대상이다’라는 말이 나온다"면서 “번뇌나 스트레스는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니다. 번뇌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번뇌는 여래의 씨앗’이라면서 “번뇌를 억지로 없애려고 하지 말고 번뇌를 대면해서 관찰하면 번뇌도 누그러지고 지혜가 생겨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