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오자 주요 대선후보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청년 조직’을 전면에 내세웠다. 청년들이 당락을 가를 캐스팅보터로 떠오르면서 전담 대책 기구를 만들어 이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채비를 마친 것이다. 2030세대는 다른 연령대와 달리 아직 뚜렷한 지지 성향이 가늠되지 않은 ‘무주공산’ 표밭이다.
28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광주 대전환 선대위’ 출범식은 이재명 후보가 청년에 얼마나 공들이는지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공동선대위원장 10명 중 현역 송갑석 의원을 제외한 9명이 모두 18~39세 청년으로 채워졌다. 이 후보는 “2030세대에게 혹독한 세상을 물려줘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부터 숙였다. 이어 “성장 회복으로 기회 총량을 늘려 많은 기회 속에서 과감하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며 1호 공약인 ‘전환적 공정 성장’을 청년 공약으로 거듭 제안했다.
민주당은 어떻게든 싸늘한 청년 민심, 특히 남성 표심을 되돌리려 악전고투 중이다. 당 선대위는 이날 청년 관련 논평을 3건이나 냈다.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으면 청년들이 바른 말 한마디 못 하고 등만 터질까 걱정이 앞선다”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이 젊은 이준석 대표를 무시한다” “윤석열 후보가 딸 부정채용 청탁 문제에 연루된 김성태 전 의원을 선대위 본부장직에 임명했던 것에 사과해야 한다”. 죄다 국민의힘을 겨냥한 것이다. 아무리 구애해도 자체 노력으로는 반등이 여의치 않자 청년들의 반(反)국민의힘 정서를 부추겨 반사 이익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결은 다르지만 윤 후보의 입장도 비슷하다. 어느 세대보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2030세대의 반문재인 성향을 지지 동력으로 반전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전날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된 청년작가 특별전을 찾은 데 이어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내일을 생각하는 청년위원회(청년위)’ 출범식을 열어 청년들과의 접점 늘리기에 열중했다.
청년 띄우기 및 공약 다듬기에도 적극적이다. 윤 후보는 이날 “청년 표심을 잡으려고 선거 때마다 많은 정치세력들이 애를 쓰고 있는데, 저는 그런 건 안 한다”면서 “청년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머리도 별로 안 좋은 기성세대가 청년 표심을 잡겠다고 오는 것도 아닐 테고, 해야 할 일을 뚜벅뚜벅 하면 청년들이 나의 미래에 가장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가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할 경우 대통령실을 비롯한 모든 정부부처에 ‘청년 보좌역’을 두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는 후보 직할 조직인 청년위 위원장을 직접 맡아 청년정책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아울러 별도 실무 기구인 청년본부에 박용일 전국호남향우회 중앙회 2030위원장과 이기인 전 유승민 경선 캠프 대변인을 영입하며 ‘청년 외연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최근 이재명ㆍ윤석열 후보가 ‘이남자(20대 남성)’에 올인하는 모습이 두드러지자 소외된 여성청년 표심을 파고들었다. 심 후보는 이날 청년정의당 선대위 출범식에서 “(거대 양당은) 성폭력을 근절하겠다고 말로만 떠들어 대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죽어가는 우리 여성들의 현실은 방치하고 있다”며 성폭력과의 전면전을 이끄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선언했다. 청년정의당 선대위 공동위원장에도 그간 선명한 페미니즘 메시지를 내온 장혜영ㆍ류호정 의원을 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