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뺀 이순자 대리 사과, 뻔뻔하고 염치없다

입력
2021.11.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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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씨의 부인 이순자씨가 27일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특히 사죄를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전씨가 역사적 과오에 대해 일말의 사과 없이 세상을 떠난 데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면서 이에 떠밀린 듯 이씨가 이날 영결식에서야 ‘대리 사과’로 고개 숙이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내용도 대상도 모호한 15초간의 형식적 사과에 불과했다. 특히 이씨는 “재임 중”이란 표현을 사용해 1980년 9월 1일 전씨의 대통령 취임 전인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는 거리를 뒀다. 전씨 측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도 “5·18과 관련해 말씀하신 게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재임 중 과오에 대해 사과한다는 말은 회고록에도 있고, 그간 몇 차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전과 특별히 다를 게 없다는 얘기다.

결국 전씨 측이 끝내 5·18을 비롯한 역사적 과오에 대해 반성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형식적 사과조차도 참으로 뻔뻔하고 염치없다. 이런 의례적인 대리 사과가 민주화운동 희생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건들의 피해자들에게도 어떤 위로를 줄 리 만무하다. 5·18 관련 단체들은 “피해자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준 발언”이라고 비판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마지막 순간에서도 광주 시민들, 국민들을 우롱하는 발언”이라면서 반인륜범죄의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등의 역사왜곡단죄법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씨가 남기고 간 미납 추징금은 약 956억 원에 달한다. 1997년 대법원에서 2,205억 원의 추징금이 확정됐으나 전씨는 일부만 갚고 25년을 버텼다. 그 액수 이상으로 전씨는 한국 현대사에 커다란 상처를 안겼지만, 이 역사의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전씨 측의 이 같은 행태를 옹호하는 어떤 세력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일이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