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8일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을 강조했다.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을 빚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대비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광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호남은 민주당의 죽비이자 회초리"라고 반성문을 썼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광주 학살의 주범 전두환을 찬양하고, 국민들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대한민국을 제대로 끌 수 없다"며 "핵무장을 주장하고, 종전선언을 거부하며 긴장과 대결을 불러오겠다는 세력이 나라의 미래를 맡을 수 없다"고 말했다. 5·18에 대한 상처가 아물지 않은 '광주 정체성'에 공감을 표하면서 경쟁 상대인 윤 후보를 저격한 것이다. 전날 전남 장흥에서도 그는 윤 후보를 겨냥해 "무능·무식·무당의 3무 후보"라고 직격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엔 5·18 당시 시민을 피신시키고 현장 수습과 구호 활동을 했던 광주 양림교회에서 열린 예배에 참석했다. 이후 취재진과 만나 "역사적 사건을 왜곡·조작·부인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역사왜곡에 대한 단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앞서 부인 이순자씨가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은 분들께 대신 사죄한다"는 발언을 비판하면서다.
이 후보는 "'재임 이전의 일은 전혀 미안하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며 "또 한번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희생자를 모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가 밝힌 역사왜곡처벌법 추진을 두고 향후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 등이 지난 5월 발의한 역사왜곡방지법과 관련해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5·18 관련 발언으로 한껏 목소리를 높인 이 후보는 당 쇄신을 강조하면서는 잔뜩 몸을 낮췄다. 그는 광주 선대위 출범식에서 "먼저 광주 당원 동지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광주의 기대, 호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운을 뗐다. 이어 "우리 내부의 남아있는 기득권 전부를 내려놓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다"며 "완전히 혁신된 민주당으로 다시 호남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민주당에서 '호남이 텃밭'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할 것"이라며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이 아니라 민주당의 죽비이고 회초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호남이 염원했던 가치와 정신, 민주개혁 과제를 확실히 완성해 호남 국민들이 다시 민주당을 한없이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과거 민주당 대선후보들에 비해 호남 지지율이 높지 않은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