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자산 대신 뛰어난 기술을 담보로 은행이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기술금융대출' 잔액이 310조 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기술 평가지표를 개편해 더 많은 대출이 이뤄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28일 금융위원회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기술금융대출 잔액이 310조9,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266조9,000억 원) 이후 9개월 만에 44조 원 불어난 규모로, 연말까지 대출잔액은 32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부터 시작된 기술금융대출은 기술력은 있지만 자본이 부족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벤처기업의 미래가치를 인정해 대출해 주는 제도다. 조건도 좋은 편인데, 올해 8월 기준 일반 중소기업 대상 대출과 비교해 평균 금리가 0.14%포인트가량 낮았으며, 한도도 평균 2억2,000만 원가량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담보가 없는 순수 신용대출 비중이 14.5%로 일반 중기 대출(9.2%)과 비교해 크게 높은 편이다.
이에 힘입어 기술금융 기업은 일반 중기 대비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술금융 기업을 '기술신용대출 잔액이 남아 있는 중소기업 중 업력 7년 이상의 기업'으로 정의했을 때, 지난해 말 기준 기술금융 기업의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율은 일반 중기(4.2%)에 비해 네 배 가까이 높은 15.2%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6.8%로 일반 중기(6.2%)보다 소폭 높았다. 반면 연체율은 0.2%로 일반 중기(0.27%)보다도 오히려 낮았다.
올해 상반기 기술금융을 가장 많이 공급한 은행은 기업은행이었다. 기업은행은 지식재산권(IP) 담보대출 등을 중심으로 기술신용대출 공급을 크게 늘려왔는데, 올해 상반기 기업은행의 IP담보대출 신규 공급액은 2,110억 원으로 다른 대형은행 평균(794억 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많았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경남은행과 부산은행이 우수한 성적을 낸 것으로 평가받았다.
정부는 더 많은 은행이 기술금융을 적극 공급하도록 하기 위해 기술 평가 지표를 개편, 내년 상반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기업이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면 신용등급까지 개선될 수 있도록 통합 여신 모형을 만들어 중장기적으로 유망 기술 분야를 성장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금융위 측은 "타은행 대비 기술금융을 늦게 추진한 은행도 지속 노력할 수 있도록 평가를 개편할 것"이라며 "IP금융 등 혁신금융 분야로 자금 공급이 확대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