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0%를 R&D에...희귀질환 '첫 치료제' 도전하는 한미약품

입력
2021.11.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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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준비하는 K바이오] ⑦한미약품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한국일보는 국민 삶과 직결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연구개발 현황과 이슈 등을 전해드립니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수익성이 낮아 한때 제약업계의 외면을 받았지만 최근엔 새로운 신약 창출의 기회로 떠올랐다. 개발 단계에서 세금감면 등 혜택이 부여되고 독점권이 인정돼 국내외에서 경쟁이 달아올랐다. 한미약품도 그 치열한 전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품목 허가를 받은 희귀의약품은 24개로 전년 대비 13개 늘었다. 업계 전반에서 연구가 활기를 띠는 가운데 한미약품은 총 17건(미국 식품의약국(FDA) 9건·유럽의약품청(EMA) 5건·식약처 3건)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6개 신약 개발 프로젝트(파이프라인)에서 10건의 적응증으로 지정돼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다.

고혈압 복합치료제 '아모잘탄',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 등 연간 처방액이 100억 원에 달하는 의약품으로 거둔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결과다. 덕분에 낮은 유병률과 인지도로 연구를 이어가기 힘든 희귀질환 분야에서 폭넓은 파이프라인을 갖출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R&D에 2,261억 원을 투자해 30여 개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눈에 띄는 성과는 한 가지 후보물질로 총 3개의 적응증에 대해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것이다. 바이오 신약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HM15211)'는 지난해 3월 FDA에서 원발 담즙성(PBC)·경화성(PSC) 담관염으로 지정을 받은 데 이어 최근 특발성 폐 섬유증까지 추가 지정됐다. 지난해 7월에는 FDA로부터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를 위한 패스트트랙 개발 의약품으로도 지정됐다.

암 치료제 시장 진출에도 속도가 붙었다.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 'HM43239'는 이달 초 캐나다 제약사인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와 5,0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한미약품은 확정된 계약금 1,250만 달러(약 149억 원)를 다양한 적응증에 대한 단계별 임상, 개발과 허가에 사용할 계획이다.

단장증후군 치료제 '랩스 GLP-2 아날로그(HM15912)'와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제 '랩스글루카곤아날로그(HM15136)'는 2018년, 2019년에 걸쳐 식약처와 FDA, EM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선천성 고인슐린혈증은 2만5,000~5만 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희귀질환으로 현재까지 승인된 치료제가 없다. 환자들은 부작용을 감수하며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이나 외과적 수술에 의존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매출의 20%가량을 R&D에 쏟아부어 희귀질환을 연구 중"이라며 "개발 성과가 R&D 투자로 이어져 신약이 탄생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