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치료제는 수익성이 낮아 한때 제약업계의 외면을 받았지만 최근엔 새로운 신약 창출의 기회로 떠올랐다. 개발 단계에서 세금감면 등 혜택이 부여되고 독점권이 인정돼 국내외에서 경쟁이 달아올랐다. 한미약품도 그 치열한 전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품목 허가를 받은 희귀의약품은 24개로 전년 대비 13개 늘었다. 업계 전반에서 연구가 활기를 띠는 가운데 한미약품은 총 17건(미국 식품의약국(FDA) 9건·유럽의약품청(EMA) 5건·식약처 3건)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6개 신약 개발 프로젝트(파이프라인)에서 10건의 적응증으로 지정돼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다.
고혈압 복합치료제 '아모잘탄',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 등 연간 처방액이 100억 원에 달하는 의약품으로 거둔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결과다. 덕분에 낮은 유병률과 인지도로 연구를 이어가기 힘든 희귀질환 분야에서 폭넓은 파이프라인을 갖출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R&D에 2,261억 원을 투자해 30여 개의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눈에 띄는 성과는 한 가지 후보물질로 총 3개의 적응증에 대해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것이다. 바이오 신약 '랩스트리플아고니스트(HM15211)'는 지난해 3월 FDA에서 원발 담즙성(PBC)·경화성(PSC) 담관염으로 지정을 받은 데 이어 최근 특발성 폐 섬유증까지 추가 지정됐다. 지난해 7월에는 FDA로부터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를 위한 패스트트랙 개발 의약품으로도 지정됐다.
암 치료제 시장 진출에도 속도가 붙었다.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제 'HM43239'는 이달 초 캐나다 제약사인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와 5,0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한미약품은 확정된 계약금 1,250만 달러(약 149억 원)를 다양한 적응증에 대한 단계별 임상, 개발과 허가에 사용할 계획이다.
단장증후군 치료제 '랩스 GLP-2 아날로그(HM15912)'와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제 '랩스글루카곤아날로그(HM15136)'는 2018년, 2019년에 걸쳐 식약처와 FDA, EM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선천성 고인슐린혈증은 2만5,000~5만 명당 1명꼴로 발병하는 희귀질환으로 현재까지 승인된 치료제가 없다. 환자들은 부작용을 감수하며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이나 외과적 수술에 의존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매출의 20%가량을 R&D에 쏟아부어 희귀질환을 연구 중"이라며 "개발 성과가 R&D 투자로 이어져 신약이 탄생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