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에 "나한테 안 당해봤다"던 전두환, 대통령 때도 "사고가 너무 엉뚱"

입력
2021.11.28 12:00
26일 공개된 '역대 대통령 지시사항' 기록에 포함
취임 한 달여 뒤 고려대 학생 시위에 불편한 심경 
"다소 희생 따르더라도 뿌리 뽑도록 할 것" 지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두 달여 만에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은 사고가 너무 엉뚱하다"고 비판한 사실이 드러났다. 신군부의 권력 찬탈을 항의하는 대학생 시위에 강경 대응할 것을 지시하면서 한 발언이다. 전씨는 10여 년 전에도 "젊은 사람들이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 (비판한다)"라고 발언해 공분을 사기도 했다.

28일 한국일보가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에 26일 공개된 '역대 대통령 지시사항' 원문 자료를 확인한 결과, 전씨는 1980년 11월 4일과 5일 이틀에 걸쳐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은 그 사고가 너무 엉뚱하다"며 "다른 나라 젊은이들은 이 시간에도 자기 나라 국익을 위해 맡은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우리 학생들도 귀중한 시간을 양보하지 말고 자기 향상이나 국익을 위해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일 전 고려대학교에서 학생 소요가 있었는데 앞으로 이런 일은 절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소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뿌리를 뽑도록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또 "이 중에는 교육자 자녀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부모가 자녀에 대해 무관심한 데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지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씨의 이런 발언은 '사회정화운동의 지속적 추진'이란 제목의 대통령 지시사항 기록 가운데 '학생 소요사태의 근절' 항목에 실려 있다. 1980년 10월 17일 오전 고려대 학생 200여 명이 수업을 마친 뒤 정부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살포한 사건이 발언의 배경이었다. 전씨가 최규하 대통령 사임 후 보궐선거 당선 형식으로 그해 8월 27일 대통령 임기를 시작(취임식은 9월 1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문교부는 사건 이튿날 고려대가 자진 무기 휴업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전씨는 대통령에서 물러난 지 한참이 지난 후에도 젊은층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2008년 4월 9일 국회의원 선거 투표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기자들이 내 사진은 꼭 비뚤어지게 (찍는다)"라면서 "젊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아직 감정이 안 좋은가 봐. 나한테 당해보지도 않고"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손성원 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