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데이트 폭력'이라는 말로 조카의 범죄 감추려는 의도 없었다"

입력
2021.11.26 18:4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조카 교제살인 피해 유족 인터뷰 보도되자
"미숙한 표현으로 상처 드렸다...
가슴 아픈 일 상기시켜 죄송하다"

'조카의 교제 살인 사건 변호를 맡았다'고 스스로 밝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피해 가족에게 거듭 사과했다. '현재까지 이 후보 일가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했고, 이 후보가 '파트너(데이트) 폭력'이라는 말로 살인 범죄를 축소하려 한다'는 취지의 유족 인터뷰가 보도되자 재차 고개를 숙인 것이다.

이 후보는 2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피해자 가족 분의 인터뷰 기사를 이제서야 뒤늦게 보았다"며 "가장 빠르게 제 뜻을 전하고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결례를 무릅쓰고 이곳에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데이트 폭력이라는 말로 사건을 감추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숙한 표현으로 상처 받으신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또 "저로 인해 가슴 아픈 일을 다시 상기하게 된 것에 대해서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런 피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며 "평생을 두고 갚아나가는 마음으로 주어진 역할에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이 후보는 24일 페이스북에서 "경기 양주시에서 최근에 발생한 데이트 폭력 피해자 유가족과 간담회를 가졌다"며 15년 전 조카의 교제 살인 범죄의 변호를 맡았다는 과거를 밝혔다.

그는 "일가 중 한 명이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 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 조카는 2006년 헤어진 전 여자친구가 살던 서울 강동구 집에 찾아가 전 여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2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이 후보는 당시 '심신미약'을 감경 사유로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으로 전남 신안군 압해읍에서 '섬마을 구호천사 닥터헬기와 함께 하는 국민 반상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사건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모든 범죄 피해자들은 억울한 것"이라며 "제가 멀다고 할 수 없는 친척의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아쉬움과 억울함에 대해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가슴 아픈 일이고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마음 아픈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후보는 이후 피해 유족 인터뷰를 확인했다고 한다. 권혁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부단장은 이날 "이 후보가 매타버스 백브리핑을 했을 때는 인터뷰를 못 본 상태였다"며 "이후 인터뷰를 보고 충격 받으셨고 재차 사과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사건으로 딸과 배우자를 잃은 유족 A씨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가정을 망가뜨린 범죄에 대해 데이트 폭력이라니요"라며 분노했다. A씨는 자신도 그날 이 후보 조카와 다투다 베란다 밖으로 떨어져 1년 넘게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이 후보가) 뻔뻔하게 심신미약, 정신이상을 주장했다는 게 참..."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또 "사건 당시에도 사과는 없었고 현재까지도 이 후보 일가 측으로부터 사과 연락이 온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이 후보가) 예전 일을 끄집어내 보란듯이 얘기하는데 참 뻔뻔하다"는 심정도 밝혔다.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