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과거 조카의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변호한 데 대해 사과하고는 후폭풍에 휩싸였다. 헤어지자는 여자친구와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을 데이트 폭력이라는 용어로 축소했다는 비판이다. 아내와 딸을 잃은 유족 A씨는 26일 한 언론에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 후보는 뒤늦게 유족에게 사과했지만, 젠더 폭력에 대한 엄중한 원칙과 정책으로 진정성을 보이기 바란다.
이 후보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 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할 형편이 못 돼 일가 중 유일한 변호사인 제가 변론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며 “어떤 말로도 피해자와 유족들의 상처가 아물지 않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최근 잇따라 교제 살인 사건이 보도되며 사회 이슈로 부각된 터라 이 후보의 사과는 의미가 없지 않다. ‘조폭 변호’로 알려져 있던 사건 중 하나로, 대선 후보로서 입장을 밝혀야 했다. 하지만 당시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피해자 유족으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했고 이번에 다시 데이트 폭력 중범죄라고 얼버무려 그 상처를 덧나게 했다.
사과가 진심으로 여겨지려면 이 후보는 범죄 피해자와 유족의 입장에 공감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교제 살인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를 언급하고, 나아가 젠더 폭력 범죄에 대한 근절 의지와 강력한 대책을 표명하기를 바란다. 이 후보는 최근 군 내 성폭력 비판 등 여성 권익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얼마 전까지 “남자 차별도 문제”라고 하거나 반페미니즘 주장이 담긴 글을 공유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행보로 그의 원칙이 무엇인지 의심케 했다.
'조폭 변호가 문제냐, 살인이 문제냐'라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헤어지자고 하거나 만나주지 않는 것이 폭력의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여성의 거절을 감경 사유로 삼지 않는 제도를 구축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