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국가정보원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국정원 1차장에 박선원(58) 기획조정실장, 2차장에 천세영(54) 대공수사국장, 기획조정실장에 노은채(56) 국정원장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각각 내정됐다. 임기는 27일부터다.
임기가 5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차장급 인사 4명 중 3명을 교체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대한 의욕이 반영돼 있다는 평가와 함께 최근 요소수 품귀 사태에 대한 문책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해외정보 분석을 총괄하는 박 1차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2006~2008년) 출신으로, 2017년 대선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문 대통령 캠프의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활약했다. 당선 직후인 대미특사단 일원으로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북핵 문제를 논의했고 주(駐)상하이 총영사를 거쳐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특히 2007년 남북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박 1차장과 서훈 실장(당시 국정원 3차장),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으로 구성된 소그룹이 큰 역할을 했다. 이번 1차장 인선을 두고 경색이 장기화하는 남북 및 북미대화는 물론 종전선언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대북 현안 해결 및 남북·북미관계 돌파구 마련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천 2차장은 1992년 임용 이후 줄곧 수사업무에 매진해온 대공수사 전문가다. 박 수석은 "진행 중인 대공 수사권 이관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고 방첩·대테러 등 제2차장 소관 업무를 훌륭히 이행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노 실장은 국정원 내 과학정보·방첩·감사 분야 및 북한부서장 등을 거쳐 국정원 내부 상황에 정통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정원장 비서실장과 외교안보특보를 역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부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면서도 조직 활력을 제고하고, 기강 확립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3명 모두 내부 인사인 것도 특징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외부에서 기용할 경우 정치적 중립과 관련해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요소수 품귀 사태와 관련한 경질성 인사라는 해석도 있다. 국정원 중국 현지 정보관이 요소수 부족을 예측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했으나, 이를 간과해 일이 커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23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이 단편 첩보로 인식해 심각성을 간과하는 바람에 선제적 대응을 못 했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