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추수감사절(25일) 연휴를 맞아 휴가지로 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억만장자 친구 저택 이용으로 구설에 휘말렸다. ‘30년 넘게 같은 곳을 찾은 가족 행사’라는 게 바이든 대통령 쪽 해명이지만 야당 공화당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대처 실패와 호화 휴가를 연계해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가족들은 23일(현지시간)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매사추세츠주(州) 낸터킷 섬에 있는 한 저택으로 이동했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가족들과 보내온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아들과 딸, 손자 손녀, 손녀의 약혼자까지 함께했다.
바이든 대통령 가족과 이 섬의 인연은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인 질 바이든 여사를 처음 만나 추수감사절 연휴를 이곳에서 보낸 뒤 매년 이곳을 찾았다. 2015년 장남 보 바이든이 뇌암으로 숨졌을 때와 2019년 대선 경선 선거운동,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대규모 가족 모임 금지 등의 이유로 세 차례만 다른 곳에서 추수감사절 연휴를 보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문제는 이들이 머무는 곳이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투자회사 칼라일 그룹 공동 창업자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소유 호화 저택이라는 점이다. 저택 가격은 3,000만 달러(약 35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평소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주장하고 부자들이 자신들의 부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비판해왔기 때문에 더 큰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금은 정치를 한쪽으로 치우는 대신 당신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무엇에 감사할지 이야기할 시간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공화당을 중심으로 비판은 계속됐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대통령님. 당신이 낸터킷 억만장자 집에서 식사를 즐기는 동안 미국인들이 역사상 가장 비싼 추수감사절 만찬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 여기 있습니다”라고 비꼬았다.
미 폭스뉴스는 추수감사절 만찬 준비 비용이 지난해에 비해 14% 이상 올랐다고 보도했다. 특히 칠면조 가격은 24%나 상승했다. 미국은 최근 31년 만의 최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주유소 휘발유 가격 역시 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략비축유 5,000만 배럴 방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임 발표 등으로 인플레이션 제어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단기 효과는 아직 없었다. 여기에 호화 휴가 논란만 더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