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6년 청년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첫 교향곡에는 '겨울날의 백일몽' 또는 '겨울날의 환상'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러시아 출신인 작곡가가 광활한 시베리아의 겨울을 떠올리며 쓴 곡으로, 교향시적인 분위기가 짙다. 지금의 계절과 어울리는 이 교향곡을, 지중배 지휘자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다음달 2일부터 이틀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 차이코프스키라는 거장의 교향곡임에도 자주 연주되는 편이 아니어서 희소한 공연이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1번은 G 단조로 작곡됐는데, 러시아 고유의 선율미와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4개 악장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지 지휘자는 "부제에 너무 사로잡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곡에는 오페라적인 요소가 많고, 음악적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힘이 있다"면서 "관객들이 여행을 하거나 책을 읽듯 각자의 방식으로 차이코프스키의 동화같은 음악을 감상하면 충분하다"고 했다. 차이코프스키가 20대 중반에 쓴 이 곡은 "아직 많은 부분이 다듬어지지 않은 듯 거칠지만, 음악에서 느껴지는 패기와 매력만큼은 매우 솔직한" 점도 특징이다.
지 지휘자는 교향곡 1번에 앞서 공연의 첫 곡으로 독일 작곡가 훔퍼딩크의 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중 서곡을 지휘한다. 잘 알려진 동화의 이야기다. 이 곡에 대해서도 지 지휘자는 "동화라는 프레임 속에서만 이야기를 찾으려고 하지 말고 나만의 이야기로 곡을 상상하면 작품을 더 풍성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곡 다음으로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출신인 피아니스트 보리스 길트버그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지 지휘자는 거장 지휘자 카라얀이 수석지휘자로 있었던 독일 울름 시립극장과 독일 트리어 시립극장의 수석지휘자 등을 지냈다. 국내에서도 KBS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전시향 등 주요 악단을 지휘했다.
서울시향과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 지휘자는 "서울시향은 한국 오케스트라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악단"이라며 "함께 음악을 만들어 갈 시간이 매우 기대된다"고 소감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