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호의 나무 속 '숨은 구름 찾기'

입력
2021.11.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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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군 용담호는 진안군이 인공적으로 만든 담수호다. 1997년 완공되면서 진안군의 1개 읍과 5개 면이 수몰돼 수많은 사람들이 한순간에 고향을 잃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자리에 담수호가 생겨나 인근 지역에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주변의 산과 함께 빼어난 경치를 만들어내 '휴식처'로 입소문이 났다. 사시사철 아름답지만 요즘같이 늦가을이면 수몰 지역에 남아 있는 단풍과 어울려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이른 새벽 호수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용담호의 백미로 손꼽힌다.

지난 주말 일상의 번민을 벗겨내려 용담호를 찾았다. 먼저 물안개가 자욱한 호숫가를 거닐면서 산책을 즐겼다. 한적한 길을 걷다가 무심코 나무 한 그루에 시선이 멈췄다. 지난밤 거센 비바람에 잎들이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은 채 물 위에 서 있는 모습이 측은했지만 강렬해 보였다. 하얀 안갯속에 휩싸여 마치 호수 위에 '공중부양'한 것 같다. 얼른 카메라 셔터를 눌러 촬영해보니 호수에 비쳐 한 그루의 나무가 위아래로 붙어 두 그루가 되었다. 가로의 사진을 세로로 놓고 보면 뼈만 남은 거대한 새가 날개를 펴고 구름 위를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어느덧 나뭇가지에 붙어 있던 단풍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간다. 나무는 '맨몸'으로 차디찬 겨울을 날 것이다. 자연은 이렇게 계절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고지한다.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 갑자기 따뜻한 한 잔의 커피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이 그리워졌다.




왕태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