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4주 만에 방역당국이 진퇴양난에 몰렸다.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폭증에 ‘비상계획(서킷 브레이커)’ 발동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그럴 경우 자영업자 등의 반발이 우려된다. 일부 방역수칙을 강화하는 등 대응책을 내놓으려 해도 사실상 비상계획 발동 이외에는 어느 정도 쓰고 있는 방안이라 딱히 내세울 만한 묘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결국 26일 내놓을 것이라던 방역수칙 강화대책 발표를 취소해버렸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오늘 일상회복지원위원회 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위험 상황을 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논의가 끝나지 않았다"며 "방역 대책 발표는 추후 하는 것으로 미뤄졌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각계의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제4차 일상회복지원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확진자가 쏟아지고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특단의 비상계획 대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를 시행 한달 만에 무르긴 너무 부담스럽다는 판단 앞에, 딱히 새롭게 내놓을 만한 대책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위드 코로나 이전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의 방역수칙으로 되돌아가는데 지속적으로 난색을 표했다. 1년 반 넘게 참으며, 우여곡절 끝에 백신까지 다 맞아가며 시행한 위드 코로나인데, 이걸 한 달 만에 접을 수는 없는데다, 현실적으론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지금 추가접종을 서두르고, 감염 취약시설을 보호하는 것도 사실 비상계획성 조치”라며 “전체 유행 규모와 위중증 환자 확대에서 중요한 것은 고령층의 돌파감염 증가이고, 이를 차단하기 위한 신속한 추가접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대응방식을 조금씩 더 강화하는 는 건 모르겠지만, 위드 코로나 자체를 후퇴시킬 수는 없다는 얘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추가접종 뒤 면역도가 올라가기까지 4주 기간 동안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는 정책이 일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위험군에 대한 부스터샷이 12월까지 진행되는데, 이 기간 동안 버텨낼 수단이 필요하다는 고민을 토로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딱히 이렇다 하고 내놓을 카드가 없어 보인다. 이날 일상회복지원위원회는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에게, 그리고 청소년이 많이 드나드는 PC방, 노래방 등의 다중이용시설에도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백신 접종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감안해 방역패스에 유효기간을 설정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도 최대 10명인 인원 제한을 유지하는 선에서, 미접종자만 인원 제한을 더 강화하는 방식도 거론됐다.
하지만 이런 논의도 그냥 논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핵심에는 결국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놓여 있다. 방역패스 확대 적용 방안만 해도 이날 회의에서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하더라도 유예기간을 두자”는 반론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사적 모임에서 미접종자 참석 가능 인원을 줄인다면, 접종자 인원은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자영업자들이 받을 충격을 감안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외에도 재택치료 확대 방안, 병상 효율화 방안 등이 논의됐으나, 이 또한 여러 가지 상충되는 반론들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현재 최대 4개월까지 당겨진 부스터샷 접종 간격을 더 당겨보자는 주장도 나왔으나, 충분한 국내외 사례나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론이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비상계획도 안하고, 추가적인 방역수칙 강화도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무 대책이 없다는 건 아니고 논의할 사항이 많아서 연기된 것"이라며 "이르면 다음 주 월요일인 29일쯤 정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역수칙 강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를 더 논의하고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와 조율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