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 안 그친다고... 33개월 입양아 학대 살해한 양부 '징역 22년'

입력
2021.11.25 15:00
아동학대살해죄 적용
학대 및 살인의 고의성 인정돼
양모는 아동학대치사죄 징역 6년

입양한 세 살배기 딸을 때려 숨지게 한 양부에게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돼 중형이 선고됐다. 아동학대살해죄가 적용된 것은 지난 5일 인천지법이 세 살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친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이후 두 번째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 조휴옥)는 25일 아동학대살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양부 A(36)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 및 10년간의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양모 B(35)씨에 대해선 징역 6년을 선고하고, 80시간 이수 명령 및 5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올해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 경기 화성시 주거지에서 33개월 된 C양이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부린다는 이유로 나무로 된 등긁이(효자손)와 구둣주걱, 손바닥 등으로 여러 차례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5월 8일 폭행으로 반혼수 상태에 빠진 C양을 곧바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7시간가량 방치한 혐의도 있다. C양은 뒤늦게 병원에 옮겨졌지만 지난 7월 11일 끝내 숨졌다.

검찰은 C양 사망 이후 사인과 학대의 연관성을 검토해 당초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 중상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아동학대살해죄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만 적용한 B씨에게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더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피고인은 피해 아동이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는 사소한 이유로 흥분해 얼굴과 머리 부위를 여러 차례 강하게 내리쳐 뇌출혈로 쓰러지게 했고, 의식을 잃은 아동을 장시간 방치해 사망하게 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생후 33개월에 불과한 점, 아동의 머리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경우 뇌 손상으로 이어져 생명과 신체에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해서도 “피해 아동이 심한 학대를 당하는 것을 알면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한 것 외에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사건 당일에는 심하게 맞고 쓰러진 피해 아동에 대한 학대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뒤늦게 병원에 가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질책했다.

양부에게 적용된 아동학대살해죄는 아동학대치사죄보다 형량이 무겁다. 최근 수년 새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잇따르면서 올해 3월 16일 신설됐다. 아동학대살해죄는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서 학대한 것이고, 아동학대치사죄는 살인의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아동을 때렸는데 사망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아동학대살해죄는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을, 아동학대치사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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