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되는 베트남-일본 밀월, 핵심은 경제·안보 공동 이익

입력
2021.11.25 15:45
기시다 日 총리, '첫 정상회담' 베트남 선택 
경제 강화 이어 남중국해 문제도 공동 대응


베트남과 일본이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다. 상호 보완적인 양국의 경제 구조를 고려할 때, 서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침체된 산업을 살리기 위한 최적의 카드인 이유에서다. 여기에 아시아 지역 안보 이슈에서도 이익이 겹치고 있어, 당분간 양국의 우호 관계는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25일 하노이타임스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일본을 공식 방문 중인 팜민찐 베트남 총리는 전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1시간 동안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지난달 초 취임한 기시다 총리가 외국 정상과 단독 회담을 가진 것은 처음이다. 앞서 두 총리는 지난 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첫 만남을 가진 바 있다. 한 달 새 두 번이나 특정국 정상이 공식 회담을 진행한 것이다.



양국의 우호 강화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본은 갈수록 관계가 벌어지고 있는 중국을 떠나, 값싼 노동력과 부지가 있는 베트남으로 생산 공장을 대거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베트남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자국을 떠난 일부 글로벌 기업들의 자리를 하루빨리 채워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손을 내민 건 베트남이었다. 찐 총리는 23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기업, 금융 및 투자 자본이 베트남으로 진입하는 장벽을 낮추는 등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주겠다"고 밝혔다. 이어 24일 일본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의약 △도시개발 △철도 건설 사업 분야에서 일본 기업 측의 이익을 보장하기로 조율했다.

일본도 화답했다. 기시다 총리는 "호찌민의 하수도 시스템 정비를 위해 108억 엔(약 1,115억 원)의 차관을 제공하겠다"며 "일본에 온 베트남 기능실습생의 생활환경과 사회복지 여건 향상을 위한 노력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일본은 찐 총리 귀국길에 코로나19 백신 154만 회분을 같이 실어 베트남으로 보낼 계획이다.



일본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서도 베트남의 손을 들어줬다. 실제로 두 총리는 공동 성명을 통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국제질서 유지를 위해 양국은 앞으로 협력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은 절실했던 강대국의 외교적 지원을 챙기고, 일본 역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등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의 동남아 영향력 확대라는 이익을 얻은 셈이다.

양국은 남중국해 문제 공동 대응의 신뢰를 바탕으로, 함정 등 일본 군수장비를 베트남이 구매하는 것에도 합의했다. 이 계약 역시 일본은 실리를 챙기고, 베트남은 중국에 대항할 힘을 손에 얻는 구도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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