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첫방] '학교2021', 2% 부족한 청춘물

입력
2021.11.25 08:46

'학교2021'이 지난 24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그런데 어째 갈 길이 멀어 보인다.

KBS2 새 수목드라마 '학교2021'은 입시경쟁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한 아이들, 모호한 경계에 놓인 열여덟 청춘들의 꿈과 우정, 설렘의 성장기를 그렸다.

이날 방송에서는 공기준(김요한)과 진지원(조이현), 정영주(추영우)의 각기 다른 사정이 담겼다. 공기준은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했던 태권도를 발목 부상로 그만두게 됐다. 그러나 공기준은 자신의 재능이 부족했다면서 스스로를 자책했다. 공기준은 학교 수업을 빼고 친구의 묘지를 찾아가 불투명한 미래를 토로했다.

그런가 하면 진지원은 부당 해고로 학교를 떠나는 선생님을 위해 1인 시위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또 특성화고 진학으로 부모와 계속 갈등을 겪었다.

지난 1999년부터 시작한 '학교' 시리즈는 배우 이종석 김우빈 등의 신예를 배출한 등용문이다. 긴 시간 동안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조명하면서 청춘 시리즈로 자리를 잡았다. '학교2021'은 고등학생의 15%를 차지하는 특성화고 아이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간 시리즈와는 조금 다른 결을 보였다.

기대만큼 잡음도 많았다. 시작 전부터 제법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오른 '학교 2021'이다. 당초 '학교2020'으로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주연을 맡은 안서현의 돌연 하차가 물의를 빚었다. KBS 측은 안서현의 부친에게 무리한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했고 안서현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후보로 오른 김새론도 부정적 여론에 제안을 고사했다. 이후 김영대가 하차를 밝혔고 드라마 측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면서 다시 주연 배우와 드라마의 갈등이 빚어졌다.

급기야 제작사 간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콘텐츠 제작사 에스알픽처스는 제작사 킹스랜드와 래몽래인, KBS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냈다. 배우 출연료 미지급 등의 이슈가 계속해서 '학교2021'의 이미지를 추락시켰다. 또 주연 배우 김요한의 코로나19 확진까지 어두운 그늘이 떠날 일 없던 '학교2021'이다.

특히 KBS는 상반기 청춘 드라마 '멀리서 보면 푸른 봄'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으나 1~2%대 시청률로 쓸쓸하게 퇴장했다. '학교2021'이 짊어진 무게가 더욱 무거운 이유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김요한 조이현 등 신선한 배우들을 내세웠지만 완성되지 않은 연기력은 몰입도를 와해시킨다. 세련된 연출과 색감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청춘물 특유의 유치함은 특정 시청층에게만 통할 듯 싶다. 이처럼 바람 잘 날 없는 '학교2021'이 이미지 타격을 딛고 청춘물의 명가 전통을 이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이날 '학교2021' 첫 방송은 전국 기준 시청률 2.8%를 기록했다. 이는 전작 '달리와 감자탕' 마지막회 5.7%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다. 동시간대 방송하는 tvN '멜랑꼴리아'는 전국 유료가구 기준 1.9%, JTBC '너를 닮은 사람'은 2.6%의 기록을 보였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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