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이전에 다뤄지지 않던 직업 에세이가 다수 출간된 가운데 명문대 졸업생의 대안적 삶이 담긴 '청년 도배사 이야기'는 올해 꼭 거론돼야 할 책으로 꼽혔다. 여성의 우울증을 다룬 과학기술학 연구서인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과학의 표준이 남성으로만 교착되는 현 상황을 개선하는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추천됐다. 올해 단연 화제가 된 'K-를 생각한다'는 대한민국의 달라진 위상을 의미하는 접두사 'K-'를 분석한 책 중 돋보인다는 중론이었다. '분더카머'는 상당한 독서 수준을 요하는 책이지만 국내 교양서 분야에서 보기 드문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책이라는 평가다. '어린이라는 세계'는 어린이날 100주년인 2022년을 앞두고, 약하거나 희망적 존재로 대상화돼 온 어린이에게 '동료 시민'의 지위를 부여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크 투어'는 국내뿐 아니라 국외의 비극적 역사 현장까지 돌면서 기록한 책으로, 한국의 상황을 세계사적 맥락에서 들여다보려 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하미나 지음·동아시아 발행
제2형 양극성장애(조울증)를 진단받은 저자가 당사자로서 '20~30대 여성들은 대체 왜 우울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우울증 측정도구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쓰며 공부했던 정신의학 지식, 31명의 우울증을 앓는 여성들 인터뷰, 개인적인 경험을 한데 엮었다.
▦청년 도배사 이야기
배윤슬 지음·궁리 발행
건설현장, 그중에서도 ‘도배’라는 분야에 도전한 청년 도배사의 에세이.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노인복지관에 취업했지만 2년 만에 그만두고 도배라는 새로운 업을 시작한 저자가 낯선 분야에서 여성으로 일하는 모습을 2년간 꾸준히 기록한 책이다.
▦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김원영 지음·사계절 발행
각각 청각장애와 지체장애를 지닌 채 살아온 김초엽 소설가와 김원영 작가가 만나 인간의 몸과 과학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신체 손상을 보완하는 기계인 보청기와 휠체어와 함께 ‘사이보그’로 살아온 두 사람은 오늘의 과학과 기술이 개인의 구체적 경험에 대한 고려 없이 발전해가고 있지 않은지 질문한다.
▦호흡공동체
전치형 외 지음·창비 발행
과학기술사회학자인 전치형 교수와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 연구자들이 광화문 광장에서부터 무더위 쉼터까지 공기재난의 현장을 탐사했다. 미세먼지, 코로나19, 폭염까지 세 가지 공기재난을 들여다봄으로써 한국사회라는 호흡공동체를 조율하고 회복하기 위한 공공의 과학과 정치를 제안한다.
▦K-를 생각한다
임명묵 지음·사이드웨이 발행
세계 속 대한민국의 위상을 말할 때 흔히 소환되는 접두사 ‘K-’의 실상을 파헤친 책. 90년대생인 저자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이슈 중 하나인 ‘K-’를 다섯 가지 측면에서 해부한다. K-를 둘러싼 열광을 통해 대한민국의 현실을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한다.
▦과학하는 마음
전주홍 지음·바다출판사 발행
의과대학에서 분자 생리학 연구실을 운영하는 현장 과학자인 저자가 생각하는 과학의 본령. 과학의 민낯은 어수선한 실험실에서 큰 목소리로 주고받는 소통, 무수한 실수와 실패에 있다고 믿는 저자는 진지한 호기심과 탐구에의 의지가 과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소양이라고 말한다.
▦분더카머
윤경희 지음·문학과지성사 발행
‘경이로운 방’이라는 뜻을 지닌 분더카머는 근대 초기 유럽 지배층과 학자들이 온갖 진귀한 사물을 수집해 진열해둔 실내 공간을 일컫는다. 예술과 문학에 관해 독창적인 스타일의 글쓰기를 선보여 온 저자는 독자를 이미지와 기억으로 가득한 머릿속 분더카머로 이끈다.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지음·사계절 발행
독서교육 전문가인 저자가 만난 우리 곁의 어린이, 내 안의 어린이, 세상 속 어린이 이야기.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다양한 어린이와 만나 온 저자는 어린이에 대해 생각할수록 우리의 세계는 넓어진다고 말한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어린이를 존중하는, 동료 시민이자 앞선 세대로서 어른의 역할을 주문한다.
▦한국의 능력주의
박권일 지음·이데아 발행
불평등은 참아도 불공정은 못 참는다고 말하는 한국 사회와 한국인에 대한 보고서. 저자는 고시, 공시, 공채 등의 평가 시스템을 비교 분석하며 능력이 우월할수록 더 많이 갖고 능력이 모자랄수록 더 적게 갖는 게 당연하다고 말하는 한국의 ‘능력주의’가 어떻게 우리의 삶을 망가뜨리는지 말한다.
▦다크 투어
김여정 지음·그린비 발행
한국전쟁 당시 목포형무소에서 실종된 오빠를 애타게 찾던 할머니를 떠나보낸 후, 할머니가 내내 그리워하던 오빠의 존재를 찾아 무작정 여행길에 오른 저자는 학살 장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다. 이를 계기로 아시아의 여러 국가가 은폐한 학살의 역사를 직접 찾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