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요에 따라 비축유 방출”… 바이든 요청에 마지못해 호응

입력
2021.11.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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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우리 수요에 따라 전략비축유 방출" 강조
美 인플레 부각, 중간선거 앞둔 바이든 위기
中 경제력 끄떡없어... 원유 수급 자신감 표출
"작은 거래에 그칠 수도", 수입국 중국의 한계


중국이 24일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협조 요청에 응한 것이다. 다만 중국은 ‘스스로의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로 펀치만 날리던 지난 16일 미중정상회담 이후 일주일여 만에 주고받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얼어붙은 양국 관계에 물꼬를 틀 기회를 잡았다.

①中, 바이든 요청에 응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실제 상황과 수요에 따라 비축 원유를 방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요청에 한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원유 수입국이 동참하는 행렬에 중국도 합류한 것이다. 자오 대변인은 “중국은 산유국, 원유 소비국들과 긴밀하게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방출 규모나 시점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겠다"고 함구했다.

종합하면, 중국의 이번 결정은 미국과는 상관없다는 점을 애써 강조한 셈이다. 중국국가식량물자비축국은 앞서 9월 공개입찰을 통해 738만 배럴의 비축유 판매를 공지한 적이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비축유 방출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②美, 인플레에 휘청


대신 중국 매체들은 미국의 경제위기를 부각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의 비축유 방출 방침이 “미국의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각종 수치로 미국이 처한 어려움을 부각시켰다. 지난달 미국의 통화량 증가가 3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해 휘발유 가격은 60%, 고기 가격은 30% 가까이 급등하면서 “추수감사절 식탁 위에 오를 칠면조마저 사치품이 됐다”고 비꼬았다.

중국은 유가 상승이 “바이든 대통령이 직면한 가장 버거운 정치적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환구시보는 24일 “경제 무능 비판이 무성한 상황에서 물가마저 고공 행진을 지속할 경우 유권자들의 불안을 자극해 바이든 정부는 선거에서 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기를 모면하려 중국에 손을 내밀었다는 해석이다.

③中, 경제 끄떡없어


중국은 “미국과 달리 원유 수급에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국 컨설팅업체 에너지 애스팩츠는 중국의 원유 비축량을 2억2,000만 배럴로 추산했다. 중국 전체 수요를 보름간 충당할 수 있는 양이다. 캐나다 투자은행 로열뱅크오브캐나다 캐피털마켓은 “지난해 봄 중국이 사들인 원유는 2년 치 수요와 맞먹는다”고 분석했다. 적시에 물량을 확보해 위험을 방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원유 수입국으로, 전체 소비의 70%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각국이 경쟁적으로 비축유를 풀어 유가가 떨어지는 상황을 마다할 리 없다. 허웨이원 중국국제무역학회 상무이사는 “중국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아 미국처럼 유가로 인한 돌발상황이 없다”면서도 “다만 세계경제 안정을 위해 비축유 방출은 나쁜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④디커플링 콧대 꺾기


이와 함께 중국은 “디커플링(상호 의존 단절) 고집을 버리라”며 미국을 향해 역공을 펴고 있다. 리하이둥 중국외교학원 교수는 “유가 문제는 미국 혼자 해결할 수 없다”면서 “미국이 중국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전략적 자율성을 높일 기회라는 것이다.

다만 중국은 원유 수출국이 아닌 만큼 비축유 방출에 중국이 협조하더라도 미국을 움직이는 지렛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미국의 원유 비축량은 7억2,700만 배럴로 중국 비축량의 3배가 훨씬 넘는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이 원유 방출에 협조하더라도 그건 미국과 큰 거래가 아닌 작은 거래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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