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전직 외교관 "文정부가 임기 내 관계 개선 초석 놓아야"

입력
2021.11.25 12:00
5면
[2021 코라시아포럼] 도고 가즈히코 교수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 출신인 도고 가즈히코(東鄕和彦)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양국 정상의 결단을 촉구했다.

도고 교수는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한국일보 주최로 열린 '2021 코라시아 포럼'에서 최근 한일 관계를 "전후 최악의 상태"로 규정한 뒤 "동북아 전체에 결코 도움이 안 되는 일이며, 하루 빨리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고 교수는 태평양전쟁 당시 외무장관을 지낸 한국계 일본인 도고 시게노리(한국명 박무덕)의 손자로, 한국 사정에 밝은 일본 외교관 출신 학자로 꼽힌다.

그는 문 대통령에겐 결자해지의 자세를 주문했다. 도고 교수는 "현재 어려움의 상당 부분이 문 대통령 재임 기간에 일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이전 정부에서 가급적 관계를 개선해 두는 것이 다음 정부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으니 문 대통령이 관계 개선을 위한 초석을 마련해 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 출범한 일본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그는 "기시다 총리는 온건파 성향이어서 앞선 정부와는 다를 수 있다"며 "정권 기반을 다진 후 빨리 '나는 한일 관계의 개선을 바란다'는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일이 화해해야 할 이유는 또렷하다. 도고 교수는 "가까운 나라일 뿐 아니라 미국·중국과 공존해야 한다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고, 종전 후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하는 등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며 "일본에서는 '오징어 게임' 같은 한국 드라마와 K팝이,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과 무라카미 하루키가 인기 있어 세계인들이 보기엔 '한일 문화공동체'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