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과 공력을 들인 책이 많았다. 화가와 저자, 출판사가 15년간 공들여 만들었다는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 순수 식물 애호가 6명이 연구에 매진한 6년을 포함해 출간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다는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추천에는 이견이 없었다. 거장을 새롭게 불러 세운 우직하고 뚝심 있는 기획도 박수를 받았다. 길 출판사가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Marx-Engels-Gesamtausgabe·MEGA)'과 '막스 베버 선집(전 10권)'의 출간을 시작한 데 대한 관심이 높았다. 특히 국내에 산발적으로 알려진 베버의 중요 논문을 체계적으로 소개한 막스 베버 선집이 호평받았다. 2년 8개월의 대장정 끝에 마침표를 찍은 마르크스 '자본' 읽기 12권 시리즈 '북클럽 자본'(천년의상상)의 완간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황현산(1945∼2018) 전 고려대 불문과 교수의 3주기를 맞아 출간된 '전위와 고전'은 디자인과 편집이 아름답다는 중론이었다. '말하는 몸'과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는 기획의 힘을 보여준 사례였다.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
조민제 등 지음·심플라이프 발행
식물애호가인 편저자 6명이 집념으로 일궈낸 ‘조선식물향명집’ 주해서다. ‘조선식물향명집’에 실린 1,944종의 이름 각각의 유래를 담았다. 만 5년 6개월에 걸쳐 연구·조사했고, 3년에 걸친 편집까지 10년 세월이 녹아들었다. 과학으로서 식물학이 우리에게 정착하게 된 역사를 보여준다.
▦막스 베버 선집(총 2권)
막스 베버 지음·김덕영 옮김·길 발행
1984년부터 36년에 걸쳐 완간된 독일 막스 베버 전집을 저본(底本)으로 삼아 10권으로 기획된 막스 베버 선집 번역본이다. 첫 2권 '문화과학 및 사회과학의 논리와 방법론'과 '가치자유와 가치판단'이 올해 출간됐다. 번역은 이론사회학자인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가 맡았다.
▦북클럽 자본 세트(총 12권)
고병권 지음·천년의상상 발행
칼 마르크스의 ‘자본’을 독자와 함께 읽자는 철학자 고병권의 ‘북클럽 자본’ 전12권이 완간됐다. 2018년 8월 1권 ‘다시 자본을 읽자’로 시작해 올해 4월 12권 ‘포겔프라이 프롤레타리아’가 출간됐다. ‘자본’의 요약 정리가 아닌 ‘자본’과 함께 읽는 책을 지향한다.
▦한반도 바닷물고기 세밀화 대도감
명정구 지음·조광현 그림·보리출판사 발행
우리나라 바다에 사는 어류 528종을 사진이 아닌 세밀화로 설명한 책이다. 바닷물고기 종마다 최신 생태 정보와 옛 문헌 정보, 쓰임까지 두루 담았다. 정약전이 귀양 중이던 흑산도 연해 어류를 조사해 1814년 완성한 최초의 어류도감 '자산어보(玆山魚譜)'의 현대판이라고 할 만하다.
▦전위와 고전
황현산 지음·수류산방 발행
불문학자 고(故) 황현산 선생의 2016년 프랑스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 시 강의를 기록하고 정리했다. 19세기 중반 보들레르부터 20세기 초 아폴리네르까지의 '현대 예술의 거대한 지각변동'을 밝힌다. 강의실에 함께 있는 듯 느끼도록 녹취한 강의를 최대한 육성에 가깝게 풀었다.
▦말하는 몸(총 2권)
박선영·유지영 지음·문학동네 발행
다양한 삶의 이력을 지닌 여성 88인의 몸 이야기다. 질병·우울·출산·성폭력·성정체성·다이어트·연대 등 여성의 삶을 둘러싼 수많은 주제를 몸의 고백에서부터 풀어냈다. 1권은 '몸의 기억과 마주하는 여성들', 2권은 '몸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여성들'에 초점을 맞춘다.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장화 등 지음·글항아리 발행
가족이나 친지의 성폭력에 노출된 11명의 기록이다. 20~50대의 다양한 나이대에 걸쳐 있는 이들 친족 성폭력 생존자는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저자들은 사실을 직시하는 용기를 함께 낼 때 그들이 살아온 현실과 세월이 부정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목소리를 냈다.
▦아름다운 책
김진악 지음·시간의물레 발행
근현대 화단과 서예계의 거장이 총출동한 '종합예술'인 옛 책 표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김진악 전 배재대 교수가 갖고 있는 옛 책에서 유명 예술가가 제작에 참여한 책 450여 권의 표지를 모아 근 한 세기의 ‘북 디자인’을 총정리했다. 미술전시회 작품집 같은 책이다.
▦한국 근현대 시집 100년
오영식·엄동섭 지음·소명출판 발행
1921년 광익서관에서 발행된 김억의 번역시집 '오뇌의 무도'는 최초의 단행본 현대 시집으로 꼽힌다. 이 책과 함께 '진달래꽃'(김소월) '님의 침묵'(한용운) '화사집'(서정주) 등 연도별 시집 100권의 면면을 촬영하고 각 책의 내력과 역사적 의미를 덧붙여 사진집으로 남겼다.
▦편집자 공부책(총 8권)
강창훈 등 지음·유유출판사 발행
성장하고 싶어 하는 편집자의 공부를 돕기 위해 8명의 실무 편집자가 각자 자신의 일에 대해 썼다. 모든 책에 적용할 '표준 매뉴얼'이 있을 수 없기에 문학·경제경영·역사·실용·인문교양·에세이·사회과학·과학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선배 편집자가 필자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