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군이 750억 원을 들여 만든 골프장 마린CC 민간위탁과 관련해 본보가 보도한 문제점들이 울진군의회 특별 행정사무조사에서도 사실로 확인됐다. 울진군의회는 “한국일보 기사 내용을 중점으로 조사한 결과 골프장 준공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사업비 증액마저 우려된다”며 “울진군은 합당한 조치와 처리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24일 울진군의회에 따르면 울진 마린CC 특별 행정사무감사 결과, 울진군이 업체 선정 과정에서 ㈜비앤지에 공고에도 없는 경력까지 인정해 배점 상 가장 높은 5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비앤지는 올 4월26일 울진군과 관리 운영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다음날부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계약에는 골프장 운영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법인의 주소, 상호, 대표자, 주주구성, 지분율 등 주요사항 변경 때 사전에 군의 허가와 승인을 받도록 돼 있지만, 임의로 교체했다.
특히 비앤지 설립 때 최대 투자자이자 선정 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 업체가 계약 직후 운영을 포기해 주주와 대표가 바뀌었는데도 울진군에 전혀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한 달이 지난 5월31일에야 승인 요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앤지는 골프장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마린CC에 180억 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이를 증명하는 이행(계약)보증 보험증권을 계약 후 10일 내 제출하기로 했으나, 한 달이 지난 5월27일에 냈다.
특히 180억 원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골프텔(32실)과 클럽하우스 건립도 착공 기한을 넘겼다. 비앤지는 당초 6월 말 전에 착공해 내년 3월 준공하기로 했지만, 이보다 4개월이 지난 지난달 30일 첫 삽을 떴다.
울진군은 비앤지의 잇단 계약 위반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봐주기 행정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군과 비앤지가 체결한 위수탁 계약서 제22조 1항 2조에는 ‘수탁자가 계약이행보증금을 기한 내 납부하지 않으면 중도해지에 해당된다’고 돼 있다. 또 같은 항 11조에는 ‘수탁자가 사전 승인이나 허가 없이 주요사항을 변경하면 군이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군은 업체에 정식 소명을 요구하지 않는 등 규정에 따른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마린CC는 착공 연기 등 비앤지의 계약위반으로 내년 3월 준공에 차질이 생긴 것은 물론 사업비증액이 불가피할 것으로 울진군의회는 내다봤다.
울진군의회는 “공정 차질에 따른 예산 증액과 준공 지연이 예상된다”며 “울진군은 계약서에 명시된 기간 내 골프장이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특단의 방안을 강구하라”고 강조했다.
울진군은 올 9월 ‘수탁업체가 계약이행 보증증권을 제때 내지 않고 골프텔 공사도 지연돼 준공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본보 보도에 대해 “수탁업체는 군과의 협약에 따라 골프텔과 클럽하우스 설계에 들어갔고 건축 인·허가를 신청해 9월 전 착공한다”고 반박했다. 군은 “수탁업체의 경력위조 허위 등 일부 보도 건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마린CC 수탁업체인 비앤지도 “비앤지 대표이사에서 사임한 전 대표이사가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한국일보가 확인 절차 없이 그 내용을 그대로 보도했다”고 주장하며 “형사고소 및 민사소송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린CC는 울진군이 원전 유치로 운영으로 받은 지원금 750억 원을 투입해 울진군 매화면 오산리 산 26 일대 121만9,740㎡ 부지에 18홀 규모로 조성 중인 골프장이다.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시행을 맡아 2017년 9월 착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