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일, 시진핑... APEC 순방 나서는 尹 점찍은 3가지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대선 이후 첫 해외순방에 나선다. 가장 눈에 띄는 목표는 세 가지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얼마나 접점을 찾을지 △북러 밀착에 맞서 공고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위용을 얼마나 부각시킬지 △지난해 무산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쏠려있다.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대외환경을 맞아 임기 후반기를 시작하는 윤 대통령의 외교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대통령실은 12일 "윤 대통령이 14∼2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페루와 브라질을 각각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번 다자정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참석하지 않는다. 그러나 회의 장소가 미국과 멀지 않은 점을 감안, 대통령실은 양 정상이 조우하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아울러 한미일 정상회의는 바이든 정부에서 정점을 찍은 3국 협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3국 정상이 만나면 지난해 8월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 이후 15개월 만이다. 이와 함께 한중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관건이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또다시 미중 격돌이 예상되는 만큼, 윤 대통령은 시 주석을 상대로 미리 운신의 폭을 넓혀야 하는 상황이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자의 회동 여부다. 양측이 만난다면 장소는 미 본토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당선자 측에서는 인선, 중요 국내정치 어젠다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거 같다”면서도 “그러나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성사되더라도 트럼프 2기 정부 진용이 아직 미완성 상태인 만큼 각 분야별 협력 성과를 내기보다는 '스킨십'을 늘이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이는 트럼프가 외교에서 중시하는 덕목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이 최근 골프채를 다시 잡고 몸을 푸는 것도 골프 애호가인 트럼프와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위한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대화가 이어지려면 우리 대통령도 공이 제대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연습을 시작하시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파병을 비롯해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동맹으로 발전하면서 이에 맞서 한미일 협력이 한층 중요해졌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순방을 계기로)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에 대한 국제사회 연대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어떻게든 한미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약속한 바 있는데, 이번 다자회의를 계기로 회의 개최를 위해 적극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과의 회담은 윤 대통령이 맞춰야 할 마지막 퍼즐이다. 지난해 APEC 정상회의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양국 정상은 잠시 인사만 나누는 데 그쳤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한중 정상회담은 적극 조율 중이고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는 동맹의 가치보다 비용과 이익을 중시하며 대중 압박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휘둘리지 않는 독자적인 한중관계 재정립을 위해서는 한중정상회담이 필수적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한중정상회담은) 특별한 의제나 의미보다는 큰 틀에서 양국의 협력을 논의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김 차장은 “APEC과 G20 정상회의에서 디지털화, 에너지 전환, 기아와 빈곤 퇴치 같은 국제사회의 공동 도전에 대한 우리의 기여를 강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