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징어 게임' 밀수업자 총살형... 몰래 본 학생 7명도 중형

입력
2021.11.24 11:09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 첫 사례"
청년층 사상 해이 심각... 단속 강화

북한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 중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밀반입한 남성에게 사형을 집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실이라면 김정은 정권이 한류 등 외부문화 수용에 호의적인 청년세대의 사상 통제를 위해 본격적인 실력 행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3일(현지시간) 현지 소식통을 인용, “지난주 초 함경북도 청진시의 고급중학교(고등학교) 학생 7명이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다가 ‘109상무 연합지휘부’에 적발됐다”고 전했다. 북한 안전보위부(남측의 국가정보원에 해당) 산하에 있는 109상무는 남측 영상물을 포함한 불법 콘텐츠 유통을 적발할 목적으로 2004년 창설된 미디어 검열 전문 조직이다.

이에 따라 한국 드라마가 들어 있는 이동식저장장치(USB)를 들여와 판매한 주민은 총살됐고, 이를 구입해 시청한 학생은 무기징역, 함께 시청한 학생들은 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고 매체는 소개했다. 소식통은 “중앙에서는 이번 일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후 처음 적발된 청소년들의 범법 사례로 문제 삼고 있다”면서 해당 학생들이 다니던 학교 교장과 청년비서, 담임 교원들도 당원 명부에서 제명됐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반(反)사회주의 사상ㆍ문화의 유입을 막는 한편 관련 준칙을 위반했을 경우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게 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했다. 국정원은 남측 영상물 유포자는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는 최대 징역 15년을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 지도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10년을 맞아 2030세대의 사상 해이가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단속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북한 매체도 최근 남측 콘텐츠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청년층에 경각심을 촉구하는 보도를 자주 내고 있다.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지난달 오징어 게임 내용을 언급하면서 “자본주의의 야만성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 매체는 9월에는 한국의 또 다른 넷플릭스 드라마 ‘D.P.’를 겨냥해 “남조선 주민들은 이 극을 보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고 불쾌했으며 정신장애가 올 것 같았다고 했다”고 깎아내렸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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