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야간근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첫 근로감독을 통해 51개 사업장에서 178건의 법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상당수 업체들이 법으로 보장한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았고, 연장·휴일 수당이나 휴식시간 규정 등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24일 야간근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감독 및 야간근로 노동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가 야간노동 사업장만을 대상으로 별도의 근로감독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상은 코로나19로 업무량이 증가한 유통업과 물류업, 상시적으로 야간근로를 하는 제조업 등 3개 업종 51개 사업장이다. 근로기준법상 야간근로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일하는 경우를 말한다.
감독 결과 27개 사업장에서 총 83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일정 시간 이상 야간작업을 하면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해야 하는데 17개소에서 이를 지키지 않아 총 5,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수면 장애, 뇌심혈관질환 등 야간근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건 교육을 실시하지 않은 15개소에도 4,9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근로기준 분야에선 43개 사업장에서 95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6개소는 야간근로를 마치면 11시간 이상의 휴식을 부여한 후 다시 일을 시킬 수 있다는 법 조항을 지키지 않고 있었고, 9개소는 연장·휴일근로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임금체불과 최저임금 미지급, 근로조건 서면 명시 위반 등도 총 70건 노동관계법 위반을 확인했다.
고용부는 야간근로를 하는 1만 여명(응답자 8,000여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하루 평균 야간근로시간은 8시간 미만이 61.5%, 8시간 이상은 38.5%였고, 1일 야간근로 중 휴게시간은 1시간 이상이 56.6%, 1시간 미만은 43.3%였다. 이들이 야간근로를 하는 이유는 '수당 등 경제적 이유'(55.8%)가 가장 많았다.
야간근무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회사의 조치가 '없다'고 답한 경우는 40.5%에 달했다. 휴식시설에 대해서는 21.1%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특히 도매업(30.0%), 운수·창고업(26.1%)이 제조업(9.8%)보다 '부족하다'는 답변 비율이 높았다.
박화진 고용부 차관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따라 내년 8월부터 휴게시설 설치 의무가 법률로 상향됨에 따라 '휴게시설 설치 세부기준'을 마련하는 등 필요한 후속 조치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