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델타변이로 인해 우리는 꽤 오랜 시간 혼자 사는 일상에 익숙해져왔다. 그리고 이제 예전의 시간과 공간으로 조금씩 돌아가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자유의 햇빛처럼 다가온 것이 '방역패스'라는 일종의 증명서이다. 방역패스란, 백신을 두 번 접종받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면역력이 생겼을 것으로 생각하고, 피접종자들에게 다중이용시설이나 공공장소 등을 편하게 입장하도록 해주는 증빙이다.
방역패스는 감염병 대유행에서 우리 모두를 방어해주고, 사회의 공중보건을 유지해주는 매우 효과적인 기본 아이템이다. 방역패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적절한 백신 접종을 마쳤다는 의미가 되고, 의심스럽고 두렵기만 한 코로나19 상황에서 보다 편하게, 어쩌면 이전의 일상과 가깝게 생활할 수 있는 지름길을 제공해줄 것이다.
물론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 모두가 다 왕성한 방어력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백신을 맞고 14일 이상이 경과한 후에도 돌파감염 등으로 언제든 다시 감염의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방역패스가 있는 것만으로 아이언맨의 강철 슈트처럼 완벽한 방어를 얻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방역패스는 지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옴짝달싹 못하고 지내왔던 우리에게, 그리고 주변의 상점들에게, 한결 나아진 자유와 공간을 허용해주는 매우 유용한 도구인 것은 확실하다.
감염으로부터 자유를 제공해주는 방역패스가 다른 한편에서는 방역패스를 갖지 못한 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백신 접종이 집단면역을 구축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보건 환경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은 확실하지만, 다른 방향에서 보면 백신 접종은 다분히 개인적인 선택이며 부작용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생기는 '안티백신'현상은 단순히 무분별한 저항이기보다는 개개인의 이유 있는 걱정이거나 의견으로 봐야 한다. 그러므로 방역패스의 역할이 좀 더 많은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어야 하지, 사람들의 운신을 제한하는 쪽으로 작동하면 안 될 것이다. 같은 말을 다르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방역패스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인지, 아니면 불편함이 될 것인지는 결과적으로 상당히 다른 이야기일 것이다.
방역패스가 있으면 좋지만, 다양한 이유로 방역패스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의 도구를 만들어 주어서, 자유의 차별을 최소화하는 것은 방역패스를 이용해서 코로나19 상황의 어려움을 해소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선진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음성확인 검사를 보다 신속하고 용이하게 하거나, 신뢰성을 높인 신속검사 키트를 하루 빨리 현실화하거나 하는 등 방법을 열심히 만들어 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오늘 저녁에 가족들과 오랜만에 외식하러 나갔다가 핸드폰이 고장 나서 이런저런 짜증스러운 상황이 생기는 것은 방역패스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전혀 유쾌한 일은 아닐다. 사람들에게 차별이나 제한의 모습이 되지 않도록, 방역패스의 다양한 보완책을 갖추어 나가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선진 보건의료 시스템의 요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