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치솟는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미국과 한국, 일본, 인도 등이 전략적 비축유(SPR) 방출에 나섰다.
23일(현지시간)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를 낮추기 위해 비축유 5,000만 배럴 방출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중국, 인도, 한국, 일본 등의 비축유 방출과 맞춰 진행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다른 주요 석유 소비국과 조율해 비축유 방출을 결정한 첫 사례다.
백악관은 5,000만 배럴 가운데 3,200만 배럴은 에너지부가 앞으로 수개월 간 방출하고, 향후 수년간 비축유를 다시 채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1,800만 배럴은 앞서 의회가 판매를 승인한 석유의 일부가 방출된다.
이날 기준 미국 전역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1갤런(3.78리터)당 3.40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7년 만의 최고치다.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인 6억450만 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미국에서 90일간 소비할 수 있는 규모다.
동맹국들도 발 맞추고 있다. 인도 석유·천연가스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인도는 비축유 중 원유 500만 배럴을 방출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방출 조치는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 국제 에너지 소비국 협의 하에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도는 석유 공급이 산유국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정돼 가격 상승과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데에 계속해서 우려를 드러내 왔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 역시 비축한 석유를 방출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NHK가 이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우선 수 일분의 비축유를 방출하고 이후 추가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미국이 전략적 비축유 5,000만 배럴을 풀기로 결정한 것을 고려한 대응이라는 게 NHK의 설명이다.
한국 정부 역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국제 유가 우려에 비축유 방출에 동의했다. 정부는 “최근 급격하게 상승한 국제 유가에 대한 국제 공조 필요성과 한미 동맹의 중요성, 주요 국가들의 참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미국의 비축유 방출 제안에 동참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