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가상자산업법 제정을 위한 논의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면서, 그동안 발의됐던 13개 법안 내용을 한데 모은 '초안'이 나왔다. 새로운 법안은 기존 코인뿐 아니라 증권형토큰과 스테이블코인, 디파이(DeFi), 대체불가토큰(NFT)도 다룰 것으로 전망되며,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를 할 경우 자본시장법에 준해 최소 징역형의 벌칙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위원회는 정무위원회에 '가상자산 이용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기본 방향 및 쟁점' 보고서를 제출했다. 해당 보고서는 금융위가 기존에 발의됐던 가상자산업 관련 법안 내용과 전문가 의견을 모아 정리한 것으로, △가상자산의 정의 △발행·상장·유통 관련 규제 △투자자 보호 △불공정거래 규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불공정거래 시 현행 자본시장법 수준의 벌칙이 가해진다는 내용이다. 가상자산 거래 시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을 했을 때, 최소 1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부당이득 3~5배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의원안마다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대부분 엄정한 조치를 통해 시장 질서를 확립할 수 있도록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새 법안에는 코인을 발행할 때 백서와 중요정보 제출 및 공시를 의무화한다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와 코인 발행인 간 정보 비대칭성 해소를 위해서다. 전문 기관의 코인 평가 의견서나 법률의견서 등을 첨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서 유럽연합(EU)이 발의한 가상자산시장법안(MiCAR)에서도 가상자산 발행자를 법인으로 제한하고 백서 제출 및 공시 의무를 부여한 바 있다.
이밖에 초안에는 자율규제 및 분쟁조정 기능을 가지는 법정 협회를 신설해 업계가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시정 명령권 등 최소한의 감독권만 행사해 시장 자율을 최대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가 신생 스타트업 위주인 만큼, 이용자 보호를 위한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의무 등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 가상자산사업자 진입 과정을 등록제로 할 것인지, 인가제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론의 여지가 있어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해당 보고서에는 당국의 의견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존에 발의됐던 법안 내용을 포괄한 문서인 만큼, 내부 토의 과정에서 내용과 구성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해당 보고서에 대해 "정부의 입장은 아니며, 여러 의원 입법안이 있기 때문에 논의를 해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짧게 설명했다.